우리가 흔히 쓰는 무기력하고 공허한 신앙적 언명들 / 정강길

by 나누리 posted Aug 20,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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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강길   세계와 기독교 변혁연구소   연구실장

우리가 신앙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네교회 목사님이나 신실하다고 여겨지는 기독교인들과 대화를 할 경우 곧잘 듣는 얘기들이 있다.
이것은 기독교인들 사이에선 어떤 사안이나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결론이랍시고 강조하거나 제시되는 하나마나한 표현들이다.

기독교인이라면 흔히 우리는 다음과 같은 말들을 들어본 적이 많을 것으로 본다.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우리는 성경적으로 살아야 한다.”
“성경은 하나님/예수님/성령님 중심적으로 읽어야 한다.”
"성경은 하나님의 계시에 근거한다"
“성경이 나를 해석해야 한다.”
“성령의 이끌림에 의해서만 판단할 수 있다.”
“교회는 가장 복음적이어야 한다.”
"우리는 복음적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
“신본주의 중심이어야 한다.”
“하나님의 신비(or 은혜)로 나타나야 한다.”
“하나님의 영으로 덧입힘을 받아야 한다.” 

오늘날에도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누며 얘기한다.
물론 나는 이러한 얘기들이 지니고 있는 뜻 자체에 대해선 기본적으론 부정하지 않는다.
당연히 우리는 성경적으로 살아야 하고, 복음적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하나님의 신비와 영으로 드러나야 한다. 두말하면 잔소리다.

하지만 이러한 추상적 언명들이 정작 구체적인 현실을 살아가는 오늘 우리들에게 도대체 무슨 설득적인 힘이나 던져줄 수 있겠는가.

알고보면 늘상 공허할 뿐이다.
그렇기에 나 자신이 여기서 분명하게 지적하고 싶은 바는 이런 추상적인 표현들이 지니고 있는 치명적이고도 비생산적인 무기력함에 대해서다.

왜냐하면 이런 얘기들은 결국
“가장 올바른 것을 추구함이 정답이다”
라는 말과 하등 다를 바 없는 표현이기 때문이다.  즉, 그냥 하나마나 한 얘기일 뿐이다.

어떤 경우는 이것이 사유의 폭력으로서 작동되기도 한다.
이를테면 "성경(혹은 기독교)은 하나님의 계시에 근거한다"고 얘기하면서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의 근거는 필요없으니 "묻지마!" 라는 것이며, 물을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그것은 오직 하나님만이 아실 뿐이라는 것이다.

아, 이런 레퍼토리들은 이젠 지겹지도 않나 !


이런 식의 얘기들을 기독교인들이 하도 많이 내뱉다보니 이젠 우리 사회의 일반인들조차도 대충 기독교인들의 레퍼토리들을 알고 있을 정도고 그런 기독교에 대하여 냉소를 보낼 지경이다.
솔직히 기독교가 혹은 성경이 하나님의 계시에 근거하는지 안하는지를 또 어떻게 안믿는 일반인들에게도 설득력 있게 보여줄 것인가?


바로 그래서 우리네 기독교가 결국은 <무조건 믿어라'의 기독교>로 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인가 ? 
하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건강한 기독교를 추구하고자 한다면 자족적인 폐쇄적 집단이 되어선 곤란할 것이다.
우리끼리만 자족적으로 믿고 통용하는 비밀언어들이 전체 일반 사회에서 볼 때는 한낱 웃음꺼리로 전락될 수도 있는 것이다.


추상적인 언명일수록 많은 것들이 함축적으로 담겨져 있겠지만, 그것은 한편으론 너무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기에 결국은 모호하게도 들릴 따름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우리에게 그러한 두루뭉술한 추상적 표현의 언명들은 가급적 지양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어차피 그러한 표현들은 알고 보면 별로 생산적인 게 전혀 못되는 피곤한 동의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구체성이 결여된 이러한 결론의 도출은 우리 앞에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전혀 못풀고 있는 자기 한계만을 노출할 따름이다.


      추상적 모호함이 아닌 보다 구체적이고 솔직 당당함의 기독 신앙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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