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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오클랜드에서 행복한 남자는 막걸리를 가까이 한다.

 

그날의 기분에 따라 각기 다른 스케치 연필과 물감을 골라 쓰는 화가와 작가가 있었던 것처럼, 그날의 날씨에 따라 각기 다른 술이 선택되고 가까이 사랑 받는 법이 있을게다. 그래서일까. 막걸리, 청주, 소주, 맥주, 양주 등 술의 종류가 참으로 다양하다.

 

어디 그 뿐인가. 장소(Place)도 그러하다. 막걸리집, 포장마차, 오뎅바, 소주방, 맥주집 등 술집의 종류 또한 다양하다.

 

누가 그랬던가. 오클랜드에서 막걸리는 빈대떡과 파전집에서 먹어야 맛이고, 밥은 설렁탕, 곰탕집에서 먹어야 맛이라 했다. 그런데 요새는 술집에서 밥 찾고, 밥집에서 술 찾으니 혼돈스럽다.

 

옛사람이 이르기를 신시(申時)에는 밥을 먹지 말며 묘시(申時)에는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신시(申時)는 십이시의 아홉째 시를 말하며, “오후 세시에서 다섯시까지를 의미한다. 옛사람이 그 당시 76세까지 장수한 사람이고 보면 헛소리로 들리진 않는다.

 

묘시(申時)”는 언제이던가. 십이시의 넷째 시로, “새벽 다섯시에서 일곱시까지를 가리킨다. 이는 술 마시는 적당한 때가 아닌 것이다. 그러므로 조심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점심을 놓치고 오후 3시와 5시 사이에는 밥을 먹지 말고, 저녁에 친구나 연인과 만나 술을 마시더라도 다음 날 새벽 5시 이후로 더는 시간을 연장하지 말라는 가르침인 것이다. 가르침을 주신 분이 선조 때 영의정을 지낸 분이니 실속 없이 헛된 빈말은 아니고 믿어도 될 것 같다.

 

우리 것인 막걸리가 활성화 되는 것을 보면서 흥분이 저절로 동하는 것은 한국인이어서 그런가보다.

 

조선 21대 왕이 영조이다. 이 시절에 배운 바 무식했으나 판서 벼슬을 지낸 이문원(李文源, 1740-1794)”이란 옛사람이 있었다. 명문가의 자제였다. 그러나 공부를 잘 하지는 못했다. “통과거”(양반의 자제이면 남의 글로써 차작을 하는 급제하는 제도)를 하여 한림직각(翰林直閣)의 벼슬을 하였다. 어느날 친구들이 모여 불학무식을 이유로 시회(詩會)를 여는 술자리에 이문원을 무시하고 따돌렸다. “왕따를 당한 것이다, 이를 어쩔거나. 허나 걱정을 마시라. 다행히 막걸리를 좀 했다. 이번에는 바보처럼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 누구 말대로 밀리면 끝장이다.”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다. 이문원은 천성이 호방하여 어디에 구애됨이 없이 한평생을 분방호쾌하게 살았다. 시회<시작(詩作), 시낭송, 막걸리와 안주의 향연>를 여는 일이 있으면 의식적으로 그를 또 따돌린 것이다, 때는 봄에 탕춘대에서 화연시회가 열렸던 것이다. 그 자리에 갔으나 반가워하는 기색이 아니었어도 그는 만취가 되도록 막걸리만 마셨다. 친구들은 한두잔 거나해지니자 화선지에 붓을 들고 시를 한 수씩 짓느라고 끙끙거렸다. 그는 친구들이 운자를 놓고 노심초사하고 있는 판에 크게 소리치며 이 좋은 시회에 와서 술만 얻어먹고 쓰겠느냐. 나도 어디 육도풍월(肉跳風月, 글자 뜻을 잘못 써서 보기 어렵고 가치 없는 한시를 의미)이라도 한 수 지어보자.”고 하며 운자를 따라 단숨에 적었다.

시를 소개하면 이렇다.

 

오얏꽃, 복숭아꽃, 살구꽃이 피었는데

참의와 참판과 판서들이 모였구나

봄이 무르익은 탕춘대 위에서

한잔 한잔 또 한잔 취하도록 먹어보세

 

모인 사람들이 놀라 하니 이문원이 한바탕 웃으며, “다음 시회부터 나를 너무 괄시하며 따돌리지 말아주게.”했더란다 .

 

이렇듯 막걸리(탁주)란 때와 장소에 따라 이 되어 나타나기도 한다. 만약에 이문원이 평소에 막걸리를 좋아하지 않았더라면 시회에 초대 받지 않고서 뻔뻔하게 갈 수 있었을까. 아니다. 그렇지 못했을거다. 더욱 가지도 않았거나 그들을 놀라게 만든 육도풍월의 한시로 멋지게 복수하진 못했을거다. 그래 말이다. 우리도 그래야 될 것 같다.

 

막걸리의 힘은 이처럼 놀랍고 신비하기도하다. 무엇보다 배고픔을 면하게 하며 배짱을 키우도록 만든다. 그뿐이랴. 심정의 막힘을 뚫는 시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그렇다. 이문원은 무식했으나 막걸리를 알았기에 장관 지위에 해당하는 판서 벼슬에 당당히 올랐던거다. 성공한 남자다. 그리고 행복한 남자다.

 

자신이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을 만족하게 해낼 조건을 갖춘 사람이라면, 세상이 어떤 평가를 하든 행복한 남자다." 우리도 이곳에서 그래야 될 것 같다.

 

오클랜드 보타니에서 수채화가 아티스트 & 에세이스트인 James가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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