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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大盜)와 소도(小盜)

by 박인수 posted Aug 2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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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大盜)와 소도(小盜)



도척(盜拓)이라는 이름을 가진 큰 도둑(大盜)이 있었다. 도척을 따르는 무리가 9천명이나 되었고, 도척의 무리는 천하를 종횡무진하였다. 도둑인 주제에 도척은 도(道)를 무척이나 좋아하였다.
평소에 도를 좋아하는 도둑이었기에 틈만나면 새끼도둑(小盜)들을 모아놓고 도에 관해 훈시하였다. 그 날도 대도는 도둑질을 한바탕 잘 하고난후 계곡 너른 바위에 앉아서 소도들 앞에서 훈시하였다. 한창 열심히 설하고 있는데 한 새끼가 말했다. "도둑질 하는데 무슨 놈의 도가 있나요?"  

대도 왈, "세상만사 돌아가는 이치에 도가 없을수가 없지! 하늘에는 천도(天道)가 있고, 땅에는 지도(地道)가 있고 사람에게는 인도(人道)가 있듯이 도둑에게는 마땅히 도도(盜道)가 있지, 암만" 
이 말을 듣자 새끼도둑들은 이구동성으로 도둑의 도에 관하여 더 들려달라고 애원하였다.  

이에 대도 왈, "고대광실의 바깥에서 보아 보물이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한 눈에 척 알아내는 눈을 가진 도둑을 도성(盜聖)이라 부르고, 남보다 먼저 고대광실로 뛰어드는 담력을 지닌 도둑을 도용(盜勇)이라 부르고, 보물을 훔친 후 가장 늦게 나오는 배짱을 지닌 도둑을 도의(盜義)라 부르고, , 훔칠수 있을지 없을지 미리 상황판단하여 분별있는 행동을 하는 도둑을 도지(盜智)라 부르고, 훔친 물건을 골고루 잘 나눠 가질 줄 아는 도둑을 도인(盜仁)이라 부른다. 이 다섯가지 도(五道)를 몸에 익히지 못하면 절대로 큰 도둑이 될 수 없지." 장자의 우언 <도척편>에 나오는 이야기 이다.

소도와 대도의 차이는 그밖에도 더 있다. 소도는 금궤(金櫃)를 훔치는데 자물통이 야무지게 잠궈져 있을까를 걱정하고 대도는 자물쇠가 헐렁하게 채워져 있을까를 걱정한다. 
왜냐하면 소도는 아직 도술(盜術)이 모자라 금궤안의 물건을 끄집어 내는데만 연연하지만, 대도는 금궤를 통채로 들고튀는데 자물통이 헐거우면 내용물을 중도에 흘릴까봐 걱정되기 때문이다.

8월 25일자 교민지에 '재뉴언론인협회' 명의의 8개 언론사 연대로 '졸속투표의 후유증을 우려한다'는 제하의 성명문이 실렸다. 내용인즉 28일로 예정되어있는 오클랜드한인회의 한인문화회관 부지선정에 관한 교민투표를 우려한다는 것이다. 이 성명문을 읽어본 나의 소감은 오히려 '재뉴언론협회회'의 집단적 행태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성명문은 시의적(時宜的)으로 매우 부적절할 뿐만아니라, 투표자체를 교민들로 하여금 부정적으로 보도록 이끄는 듯한 의도가 엿보이기도 한다.        

투표를 우려한 성명문과 한인회의 공고문을 읽어보면, 이번 투표는 다수결로 대표자를  선출하는 인선(人選)이 아니라, 한인회사업의 정책변경에 대한 가부를 묻는 투표이다. 그런데도 성명문에서는 홍영표회장의 '불과 36표의 승리'라는 문구가 들어있어 회장선출에 대한  이의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 점도 있다. 법적절차(선관위규정)에 하자가 없었다면 , 즉 영어에서 말하는 'due process of law'에 문제가 없었다면 단 한표에 의한 승리라 하더라도 모두 굴복해야 한다. 이번 투표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패자는 승복해야 한다. 이 점을 성명문에서는 착각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 11대 한인회는 교민들이 무관심으로 일관한 역대 한인회장 선거에서 최대의 교민투표율로 탄생하였다. 이 점에서 현 한인회는 전 한인회와 다르며, 전체 오클랜드 한인을 대표할만한 단체로서 권한을 충분히 부여받았다고 본다. 11대 한인회의 정통성과 한인회사업의 당위성을 언론인협회는 충분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교민들에게 언론인 명의로 담합한 듯한 인상을 주면서 '한인회길들이기'로 착각하여 함부로 성명을 발표할 일이 결코 아니라고 본다. 이름에 합당한 걸맞는 행위를 할때만 자칭이 아닌 '타칭他稱)'의 언론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합리적인 행동으로 교민들에게 교민지와 한인회가 기싸움하는 모습으로 비쳐지지 말기를 바란다.

세번째로 뉴질랜드 이민역사 20여년이 되도록 최대의 한인밀집 지역인 오클랜드에 아직 회관하나 마련하지 못했다면 어찌 우리모두 부끄러운 일이 아닌가. 회관건립은 더 이상 미룰수 없는 한인회의 최대당면 사업이라는데 동감한다면 우리모두 한인회에 역량을 집중하는데 협조해야 할 것이다. 

투표를 이틀 앞두고 우려성명을 발표해서는 결코 아니될 일이라고 본다. 기정의 타카푸나 그래머스쿨 부지에 대한 적합성여부는 11대 한인회장 선거개시 전부터 제기된 이슈였으므로 결코 성명문에서 말한 홍보부족 운운하는 등의 우려한 졸속은 아니질 않는가. 오히려 우려하는 그 마음으로 투표후 한인회에 향후 건설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 언론이 해야할  바람직하고 의로운 일이 아닌가.

도둑질에도 도가 있다고 하는데, 하물며 언론인에게도 마땅히 지켜야 할 도가 있을 것이다. 교민지를 대표한다는 8개 언론사(굿데이, 뉴질랜드타임즈, 위클리코리아, 일요시사, 일요신문, 코리아타운, 코리아포스트, 프로퍼티저널)의 책임있는 분들께서는 이번 연대 성명문으로 말미암아 양식있는 교민독자들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한번 헤아려 보시길 권한다.
 
한 면에는 투표를 우려하는 성명문을 게재하고, 또 다른 지면에서는 한인회의 투표광고문을 대대적으로 싣는 그런 자가당착이 어디에 있는가. 한결 각성하여 참다운 언론으로 사명과 역할을 다해 교민사회의 여론창달과 의로운 교민사회 건설에 등불이 되기를 바라 마지 않는다. 

교민사회의 연륜만큼 교민언론도 연륜이 있어야 할 것이고, 또 그만큼 언론지로서 성숙해야 하지 않겠는가. 도둑질에도 정당한 도가 있다면 그 도를 배워야 할진데, 하물며 언론에 어찌 정도(正道)가 없을 수 있겠는가. 

박 인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