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한일수
2014.11.13 16:25

돼지는 죽으면서 말한다

조회 수 10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아오테아로아의 꿈 (10)

돼지는 죽으면서 말한다

사육농장의 돼지들은 생명체로서의 존엄성을 완전히 무시당하고 양육되다 도살장으로 끌려간다. 뉴질랜드에서는 돼지 사육 틀 사용을 금지한다는데……

이 세상 만물은 창조주의 섭리(攝理)에 따라 이 지구상에 태어났으며 주어진 생명을 다하고 역시 창조주의 섭리에 따라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만물의 영장(靈長)이라고 일컫는 인간도 피조물(被造物)일 뿐이며 인간 자신들이 이 세상의 주인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도 인간은 주인인 것처럼 다른 만물들을 마음대로 약탈하고 이익추구를 위하여서는 섭리에 어긋나는 어떠한 행위도 자행하고 있습니다.

욕심 많고 미련한 사람, 뚱보 등을 놀림조로 비아냥거릴 때 돼지 같다고 하지요. 그러나 우리 돼지는 본래 개와 돌고래에 견줄 만큼 영리하고 깔끔하며 배변도 가릴 줄 아는 깨끗한 것을 좋아하는 동물입니다. 억압이 없는 상태에서는 사근사근하고 친절을 베풀 줄도 압니다. 원래 멧돼지가 우리의 조상이었으나 인간이 먹 거리로 키우기 시작하면서 집돼지가 되었습니다. 약 5천 년 전에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가축화가 시작되었지요.

새끼를 많이 낳고 성장 기간이 빠른데다 맛과 영양가가 좋아 인간의 식용으로 으뜸가는 가축으로 길러졌지요. 우리의 조상이 그랬던 것처럼 산과 들을 뛰어다니며 성장하고 싶지만 인간의 편의에 의해 우리(Stall) 속에 갇힌 체 일생을 보내고 죽어서는 인간의 먹이로 제공되었지요. 그래도 각 가정의 가축으로 우리 속에 살 때는 제공되는 음식을 먹으며 제한된 공간이지만 어느 정도 자유 활동은 보장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돼지 사육을 기업 형으로 운영하면서 업자들에 의해 끔찍한 학대를 받으며 오로지 채산성 높은 돼지로만 몸집을 불리는 공장 생산품이 되어버렸습니다.

좁은 공간에 가두어두고 밖은 구경조차 할 수 없이 지내니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미치기까지도 합니다. 따라서 다른 동료들의 꼬리를 물어뜯기도 하고 쇠창살을 씹으려고도 합니다. 그렇다고 진통제도 없이 생으로 이빨을 뽑아버리고 꼬리를 자르고 귀도 잘라 냅니다. 수퇘지는 생후 3주에 거세하는데 역시 진통제도 없이 당합니다. 그리고 6-7개월 째 고기용으로 도살됩니다. 같은 피조물인 생명체로서의 존엄성은 완전히 무시당한 채 말입니다. 종자용 암퇘지는 어떨까요?

어머니 돼지는 0.6m x 2m 의 쇠파이프 망 속에 갇혀 옴짝달싹하지 못한 채 먹고 배설하는 것 외엔 뒤도 돌아볼 수없이 갇혀 지냅니다. 그렇게 강제 임신, 강제 출산을 반복하며 새끼에게 젖을 빨리고 새끼 낳는 기계로 3-4년 혹사당하다 도살장으로 끌려갑니다.

돼지들은 태어난 후 7일째부터 2주 간격으로 주사를 맞고 있습니다. 또한 먹는 음식은 유전자 조작 사료로 항생제, 성장촉진제가 살포되어있습니다. 부드럽다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목살은 우리가 집중적으로 주사를 맞는 부위이지요. 항생제 함유량은 한국이 가장 많은 것으로 통계 자료가 나와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한국의 20분의 1 쯤 되더군요. 햇볕이 거의 들지 않고 배설물은 쌓여가니 병원균의 서식처가 되고 우리에 갇혀 움직이지를 못하니 면역체계가 극도로 취약해지면서 질병 발생과 전염병 확산 가능성이 높아가는 것입니다. 따라서 농도 높은 항생제 투여가 불가피하고 거기에 대항하느라 병원균은 더욱 진화되어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지요. 전염병이 확산될 때엔 집단 매장도 당합니다. 몇 년 전에 한국에서도 수십만 마리의 돼지들을 생매장 시킨 일이 있지요.

뉴질랜드 양돈협회에서는 2009년 코미디언 마이크 킹을 홍보 모델로 위촉한 일이 있지요. 그 홍보 대사는 돼지 사육농장 견학을 한 다음에 돼지 방목 운동가로 변신해버렸습니다. 다행히 뉴질랜드 정부에서는 2015년부터 돼지 사육 틀 사용금지법을 발효한다고 하니 반갑습니다. 당연히 뉴질랜드 산 돼지고기 값은 올라가겠지요. 그러나 양식 있는 소비자들은 뉴질랜드 산을 찾을 겁니다. 뉴질랜드도 세계 여러 나라와 FTA(Free Trade Agreement)를 발효 중이고 한-뉴 FTA 도 곧 체결될 전망이며 따라서 값싼 식품들이 무차별로 도입될 것인데 수입 식품에 대해서만큼은 소비자가 구입할 때 현명한 판단을 하여야 될 것입니다.

돼지들은 평생을 자기 의지대로 살아보지 못하고 한(恨)을 품은 채 비명횡사하고 맙니다. 말은 못하지만 돼지가 혹사당할 때 지르는 비명 소리를 새겨들으면 생각하는 바가 달라질 것입니다. 인간의 먹이가 되는 처지를 바꿀 수도 없고 또 그럴 의도도 없지만 좀 더 돼지다운 생을 살다가 죽음을 맞이하고 인간에게 복스러운 먹이로 제공되고 싶습니다. 죽으로 갈 때마져 숨 한번 제대로 쉬어보지 못하고 짐짝처럼 실려 원한을 품은 채 죽어가는 돼지의 살육을 먹고서 인간이 복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영리 추구를 위한 대량 생산 방식의 공장 형 목축 산업이 계속된다면 지구는 말할 수 없이 황폐화되고 질병은 계속 창궐할 것이며 결국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의 장래를 어둡게 할 것입니다. 부디 인간 사회가 삶의 형태를 변화하여 육류(肉類) 소비를 줄이고 현명한 소비자들 중심으로 창조주의 섭리에 어긋나는 방식으로 양육된 동물의 고기를 배척하는 운동이라도 펼쳐주기를 바라는 바입니다.

한 일 수


 


  1. 퀸스트리트에 펼쳐진 홍익인간

  2. 옮겨심기

  3. 느림의 아름다움

  4. 바이칼 호수에서 아오테아로아 까지

  5. 70% 행복론

  6. 남자는 나이 70에야 철이 든다

  7. 김포공항에서 주저 앉아버린 애 엄마

  8. 아들리느 결혼식에 가슴을 치는 남자

  9. 흙에서 살리라

  10. 삶이냐 퍼포먼스냐

  11. 호박 덩굴에 행복이 주렁주렁

  12. 뉴질랜드에서 바라보는 달의 이미지

  13. 뉴질랜드 신토불이

  14. 백두산 천지

  15. 이 찬란한 을미의 아침에

  16. 살아서 또 한 해를 보낼 수 있음에 감사드리며

  17. 작은 그러나 넓은 피아노 콘서트

  18. 남십자성 아래서 빛나는 동방의 등불이여!

  19. 돼지는 죽으면서 말한다

  20. 뜰 안에 가득한 행복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Next
/ 4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