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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클랜드 한인문화회관 개관 송축(頌祝)

 

201354일은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모든 한국인들과 한인문화회관 건립에 동참한 뉴질랜드 전역의 한국인에게는 기억할만한 매우 뜻 깊은 날이다. 이날은 오클랜드 한인회의 오랜 소망이던 자체 소유의 회관을 개관하는 날이다. 새로 개관하게 된 회관이 비록 최신식 건물이 아니고 외관도 화려한 것이 아닐지언정, 한인문화회관의 개관이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에게 가져다주는 실질적 가치와 상징적 의미는 대단히 지대하다.


20여년이 넘는 한국인의 뉴질랜드 이민역사를 되돌아 볼 때, 한인회의 회관건물 소유는 오랫동안 소원하던 바였지만, 실제로 이루어 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뉴질랜드로 한국인 이민이 급증하던 1990년대 초 중반 이후, 갑자기 닥친 한국의 금융위기는 뉴질랜드 교민에게도 직접적인 악영향을 끼쳐 한인사회 전체를 깊은 늪으로 빠져들게 하였다. 당시 한국인 이민은 정착에 필요한 경험도 별로 축적되지 않은 상태에 놓여있었고, 사회제도와 법규가 고국과 다른 낯선 역경에서 갖가지 도전에서 좌절과 실패로 방황하던 교민들도 많았다.


 

남태평양의 머나먼 미지의 나라에 새로운 희망을 품고서 보금자리를 틀겠다고 어린 자녀를 동반하고 모여든 한국인들은 낯선 땅에서 외로움을 느끼며 뿌리를 내리려 안간힘을 쏟아 부었다. 정착의 고달픔을 참아내며 20여년의 세월이 흐를 동안, 하나 둘 여기저기에서 한국인들은 특유의 근면함과 투지로 일어서기 시작하여 이제는 뉴질랜드에서 남들이 무시하지 못할 소수민족 공동체로 우뚝 발돋움하였다. 그 배경에는 세계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진 조국이 있고, 유구한 역사에 빛나는 찬란한 전통을 자랑하는 문화민족의 후손이라는 한국인의 정신력이 있다.


무엇보다 자랑스럽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점은, 이곳에서 성장한 우리의 자녀들이 각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 뉴질랜드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무대로 학문, 과학, 예술, 스포츠 등등 여러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반만년에 걸쳐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운 문화민족의 전통을 계승한 후손들임을 세계 방방곡곡에 알리면서 한국인이 위상을 한층 더 드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민 1세대들의 임무는 이 땅에서 장차 한국인의 우수한 문화민족 전통을 지속적으로 계승하면서 자라나는 후세들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도록 전승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역대 한인회 주요 사업목표의 첫 번째는, 한국인들이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모여들 수 있는 최소한의 물리적인 공간의 필요성을 자각하여 이를 실현시키는 것이었다. 마치 가족이 소중하고 가족구성원간의 화목이 중요하다해도 가족이 함께 모일 공간이 없으면 가족의 장기적 화목과 발전을 보장하기에 힘이 들듯이 한인회도 마찬가지였다.

 


앞으로는 어르신들의 모임에서 한국인 고유의 입맛인 김치찌개 냄새 때문에 빌려 쓰던 커뮤니티 건물에서 쫓겨나야 했던 일은 이제 더 이상 겪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 미래의 꿈이자 희망인 어린 아이들의 화장실 사용이 좀 지저분하다 해서 빌려 쓰던 학교에서 쫓겨나는 일도 이제는 더 이상 없을 것이다. 크고 작은 교민단체의 각종 행사도 이제는 장소 걱정을 덜게 되었다. 마치 한 집안의 장손이 20여 년 동안의 셋방살이를 끝내고 내 집을 장만한 날 온 가족의 마음 든든함과 같은 흐뭇한 기분이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고 하였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이를 돕는다고 했다. 오클랜드에 거주하는 한국인에게는 이어지는 장기적 국제 경기침체와 고환율의 여파로 지금 경제적으로 한국의 IMF시절보다 더 어렵다는 시기에 놓였다. 그러나 우리는 많은 곤란과 어려움을 극복하고 우리 모두의 정성을 모아 마침내 우리들의 보금자리인 한인문화회관을 개관하였다. 우리 모두가 아끼고 다듬어서 소담스런 우리의 보금자리로 아름답게 꾸며 길이길이 후세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한인문화회관이 위치한 오클랜드(Auckland) 노스쇼어(North Shore)‘Argus Place’는 필자에게는 아주 정겨운 이름이다. 필자가 다녔던 한국외대의 교내발행 영자신문 이름이 바로 ‘The Argus’, 대학졸업 후 그 이름을 못 들은 지 어언 30여 년이 흘렀다. 아거스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신으로 ‘100개의 눈을 가진 정의로운 감시자이다. 이제 새로이 한인문화회관이 자리한 이름이니 감회가 더욱 새롭다. 비록 못 짓는 글이나마 한 수 글을 지어 한인문화회관 개관을 송축(頌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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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높지 않아도 신선이 살면 명산이요 (山不在高有仙則名)

 

물은 깊지 않아도 교룡이 살면 신령스런 물이 되니 (水不在深有龍則靈)

 

여기 비록 보잘 것 없어도 덕망이 모여드는 곳일지니 (斯是陋室唯吾德馨) .......중략.........

 

남양에는 제갈량의 초당이 있고 서촉에는 자운정이 있는 까닭으로(南陽諸葛廬西蜀子云亭)


덕망의 향기 가득한 곳에 누추함이란 없어라

 

옛 시인 유우석(劉禹錫)이 이와 같이 읊었을진대,

 

이제 오클랜드에서 우리 자랑스러운 문화회관 개관하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배달민족 자손들이 모여들어

 

손에 손을 잡고 목청껏 불러보자 아리랑 노래,

 

낯설고 물설고 인정마저 선 이역만리 떨어진 땅

 

고국에서 비행기로 열두 시간 머나먼 오클랜드에서


찾아 해매인 끝에 기어이 우리들의 보금자리 되려고

 

남의 눈에 띠지 않고 숨었다가 때맞추어 나타난 곳,


그 이름도 늠름하여라 아거스(Argus) 거인이여!

 

백 개의 눈을 가졌다는 지혜로운 거인 아거스여!

 

이제 우리 배달 자손들이 마음의 안식처를 마련하고

 

그대 품안에 소중한 보금자리를 틀었으니

 

거인이여, 그 늠름함과, 그 기상과, 그 밝은 눈으로

 

굽어 살펴 주시고 자자손손 길이 보전할 수 있도록

 

지혜로운 혜안으로 길이길이 지켜보아 주옵소서!

 


박 인 수

2013. 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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