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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에서 바라보는 달의 이미지

차면 기울고 기울면 차면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달의

모습은 탄생과 성장, 소멸과 재생을 상징한다. 한국의

전통 명절인 설날을 현지 사회에 홍보하면서……

태양력을 사용하는 문화권에서 살다보니까 조상 대대로 이어오던 음력 절기에 대한 정서를 잊고 살아 갈 수가 있다. 달의 차고 기움을 따라 절기를 맞추고 절기에 따라 농사를 짓고 어업에 종사해오던 수 천 년 우리 조상들의 혼이 깃들어 있는 음력에 대한 정서를 한민족은 쉽게 버릴 수가 없다.

이역만리(異域萬里) 반대편에 이민 와서 따뜻하게 정붙이고 살아갈 동기간이나 동료가 없이 냉혹한 현실에서 살아가야하는 우리들의 처지를 생각해 본다. 유난히도 밝고 청순한 뉴질랜드의 달을 바라보며 고국에서의 향수를 달랠 수 있기도 하다. 해마다 맞는 설날이지만 산업 사회의 서울 생활에서 맞이했던 설날은 농경 사회의 어린 시절 그것과는 판이했다. 더욱이 정보화 사회의 시골 같기도 하고 도시 같기도 한 이곳 뉴질랜드에서 맞는 설날은 어떤가?

태양이 남성이면 달은 여성이다. 달은 태양의 양(陽)과 대조되는 음(陰)이다. 옛 사람들은 달의 정기를 마시면 음기(陰氣)가 강해진다고 여겼다. 주로 상류사회의 여인들 사이에서 행해지던 흡월정(吸月精)이 그것이다. 시집갈 날을 받은 딸을 보름날 밤 불러내어 달을 향해서 숨을 멈췄다가 한참을 들이마시기를 여러 번 하는데 아주 고통스러운 것이라 한다. 영화 ‘씨받이’에서도 이 장면이 나온다. 이렇게 마신 달의 정기는 여인의 음력(陰力)을 보강시켜 주므로 아이를 잘 낳을 것이라고 여겼다.

달의 시간을 기준으로 한 농업이기에 달은 한 해 농사와 관련이 된다. 정월 대보름에 집중적으로 행해지는 여러 풍속은 그 해의 풍년을 기원하는 의미가 많다. 한 예로 달맞이할 때 보름달이 크고 밝으면 풍년으로, 윤곽이 엷거나 붉으면 흉년으로 점치기도 했다.

항상 보름달일리도 없지만 항상 그믐일리도 없다. 차면 기울고 기울면 차는 달의 변화하는 모습은 끊임없이 되풀이 된다. 여기서 흥망성쇠(興亡盛衰)나 영고(榮枯), 기복(祈福)의 의미가 파생된다. 특히 그믐은 죽음의 의미를, 차고 기움은 탄생과 성장, 노쇠함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없어졌던 달이 사흘 후에 나티나 앞의 과정을 반복함으로서 재생(再生)과 영생(永生)을 가르쳐주고 있다. 또한 달의 변화는 밀물과 썰물, 사리와 조금을 주관하기 때문에 힘의 지배자를 상징한다. 서울에서 잃었던 달을 이곳에서 찾게 되고 바다와 가까이 하고 있는 이곳 뉴질랜드 생활은 고향의 정서를 느끼기에 충분하다.

달은 시흥(詩興)을 불러일으키고 감상에 젖게 한다. 박팽년의 시조에서 “야광 명월이 밤인들 어두우랴,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라고 읊었는데 여기서 달은 곧은 절개의 상징으로 표현되었다. 나도향의 「그믐달」에서는 “그믐달은 너무 요염하여 손댈 수가 없을 만큼 깜찍하고 예쁜 계집 같은 달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가련한 달이다. 서산(西山)에 잠깐 나타났다가 숨어버리는 초승달은 세상을 후려 삼키는 독부(毒婦)가 아니면 철모르는 처녀 같은 달이다. 보름의 둥근 달은 모든 평화와 숭배를 받는 여왕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달은 애인을 잃고 쫓겨남을 당한 공주와 같은 달이다.”라고 상징화 하고 있다. 아무렴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에 전개되는 달밤의 정경을 이곳 아오테아로아의 하늘아래서인들 어찌 잊을 수 있으랴.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땅콩, 호도, 잣, 은행, 날밤 등의 껍질이 딱딱한 과일을 깨물며 ‘일 년 열두 달 무사태평하고 부스럼(종기)가 나지 않게 해 주십시오’ 하고 축원했다. 이는 사람의 피부가 이처럼 단단해져서 종기가 안 나도록 해 주십사하는 뜻과 부럼을 깨물어서 치아를 튼튼하게 하려는 의미가 있기도 하지만 오늘날에도 건강식품으로서 견과류가 강력 추천되고 있기도 하다.

정월 대보름에 즈음해서 논두렁이나 밭두렁에 불을 놓아 잡초를 태웠다. 불의 크기가 그 해의 풍년, 흉년을 좌우한다하여 마을끼리 경쟁적으로 불을 키우기도 했다. 이날 들판에 불을 지르는 것은 쥐를 박멸함과 동시에 논밭의 해충(害蟲)을 제거하고 새 싹을 왕성하게 하기 위함 이었다.

농사일은 하느님과의 동업(?)으로 하는 사업이었다. 인간의 힘은 하느님의 위력 앞에서는 너무 초라했다. 가뭄, 풍수해, 온갖 질병에 시달리면서도 명절이 있었기에 마음은 풍요로 왔고 인심은 두터웠다. 지난 19일은 설날이었고 오는 3월5일은 정월대보름날이다. 뉴질랜드에서 현지인들이 설날을 중국새해(Chinese New Year)라고 부르는데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중국 새해가 아니고 음력으로 새해이다. 한국에서는 조상 대대로 설날이라는 이름으로 음력 새해 첫날을 기념하며 살아온 전통적인 명절이라고 우리 자신들이 홍보하며 다닐 일이다. 한인 사회에서 음력 정월을 기하여 경노잔치, 한인의 날 행사 등을 펼치고 있지만 현지인 사회에 깊숙이 우리의 전통 명절을 인식시키는 일에 더욱 힘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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