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테아로아의 꿈 (1)
민들레의 영토
“골프장 관리인과 잔디를 꼼꼼하게 관리하는 집 주인에게 공적(公敵) 1호인 민들레는 그러나 절대로 없앨 수 없는 잡초이다”라고 멕시코 시니 뉴스지가 표현했다.
민들레는 생명력이 강해서 겨울이 되면 잎과 줄기는 없어져 사라 진듯하지만 봄이 되면 다시 싹이 난다. 살랑거리는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가 틈만 있으면 뿌리를 내려 종족을 번식하기에 전 지구상에 분포되어 있다. 심지어 시멘트 틈새에도 뿌리를 내려 자라는 것을 보고 그 질긴 생명력에 감탄할 따름이다. 아무리 척박한 땅이라도 개의하지 않고 험한 기후에도 아랑곳하지 않으며 환하게 웃음을 띠며 피어난다.
“태초(太初)부터 나의 영토는 좁은 길이었다 해도 고독의 진주(眞珠)를 캐며 내가 꽃으로 피어야 할 땅……” 국민 이모(姨母)로 칭송 받고 있는 이해인 수녀 시인이 1965년에 발표한 ‘민들레의 영토’에 나오는 시의 일부이다. 시인은 그 후 1976년에 첫 시집을 내놓는데 바로 시집의 제목을 ‘민들레의 영토’로 정했다. 꾸준히 독자층을 넓혀가다가 1980년대에는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시인은 민들레 같이 작고 하찮은 사물 속에서 시인다운 감수성과 정서를 통해 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원초적 힘인 사랑을 발견하고 노래했다.
보도블록 사이 좁은 틈을 비집고, 건물 창문 난간 한 줌도 되지 않는 흙에도
뿌리를 내리고, 하찮고 보잘 것 없다고 여기던 민들레가 꽃을 피우고 씨앗을
품는 순간 민들레의 영토와 시간은?
인생은 편도뿐인 여행길이라고 했다. 한 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 올 수 없는
여행길이다. 그러나 시간적으로 보면 되돌릴 수 없는 여행길이지만 어떻게
여행을 했느냐에 따라 내용은 사뭇 달라질 것이다. 흔히 1차원 여행은 기차
여행, 2차원 여행은 자동차 여행, 3차원 여행은 비행기 여행이라고 한다. 주
어진 선로만 주행하는 기차는 앞으로 갈뿐 뒤로 또는 옆으로는 가지 못한다.
자동차는 도로를 주행하면서 앞으로 옆으로 이동하며 넓은 지역을 여행 할
수 있다. 비행기는 공중을 나르면서 전 세계 육지와 바다를 누비며 여행을
할 수 있다.
민들레는 바람만 불어주면 마음대로 날아가 전 세계를 돌아다닐 수 있고 어
느 지면에 내리든 그 곳에 뿌리를 내려 정착하고 씨앗을 생산해 번식해 나
간다. 그러면서 골칫거리 잡초로 인식되기도 하지만 사람의 건강 생활에 필
수적인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보물 취급을 받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가장 건
강에 좋은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5대 약초중의
하나로 지목되기도 하였다.
한민족이 타국으로 이주한 역사가 150년이 된다고 하지만 19세기 말에 중국
의 간도 지방이나 러시아의 연해주로 이주한 것은 정규 이민의 길이 아니었
다.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서 농사지을 땅을 찾아 유랑 길을 택한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이주를 한 것은 1903년 하와이로의 농업 이민이 처음이었다.
그로부터 110년이 흘렀고 지금은 180여 국가에 750여만 명의 한인들이 퍼져
나가 살고 있다. 지구상의 해가 질 날이 없는 민족으로 전 세계 구석구석,
아무리 외지고 척박한 땅이라도 그 곳엔 한인들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한국은 도시국가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인구 밀도가 세 번째 높은 나라
이고 특히 서울의 인구밀도는 뉴욕의 8배, 도쿄의 3배에 해당한다. 한국의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 중 1위에서 11위 까지가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어 서
울 경기 일대가 하나의 도시국가처럼 북적거린다.
뉴질랜드 한인들은 지구상에서 비교적 생소하게 느껴졌던 뉴질랜드에 최근
20여년 사이에 몰려들어 살아가고 있다. 1989년 까지만 하더라도 전체 교민
이 100 여명에 불과했지만 그 후 증가를 거듭하여 이제 3만 여 한인들이 모
여 사는 뉴질랜드 한인 사회를 이루고 있다.
우리는 민들레처럼 바람을 타고 지구의 끝자락인 뉴질랜드 까지 와서 살고
있다. 민들레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고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이는 한인
들 개인의 생활 개척일 뿐 아니라 한국의 국가 차원으로 볼 땐 영토 확장이
다. 다만 명심해야 될 일은 우리의 뿌리 내림이 뉴질랜드에서 아무데나 붙어
사는 잡초로서의 민들레가 아니라 뉴질랜드 사회를 건강하게 가꾸는 약초로
서의 민들레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발제: 민들레는 바람을 타고 전 세계를 날아다니며 아무리 척박한 땅이라도 뿌리내려 생명을 번식한다. 민들레가 영토를 확장하듯 한민족이 전 세계 180여 국가에 진출해서……
한 일 수 (경영학 박사/전 뉴질랜드한인사 편찬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