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세상이야기 : (30) 막걸리 찬가를 소개합니다.
김삿갓의 막걸리 풍류는 우리의 고전이며 정서입니다.
그래서 막걸리는 우리의 문화이고 우리의 생각이었고 우리의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임스로터 김삿갓의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도 좋아 보입니다.
이것은 앙뜨레이 (entrée, 메인 요리를 먹기 전에 먹는 요리) 입니다. 이것은 서곡(prelude)입니다. 이것은 전주곡입니다. 본론을 얘기하기 전에 맛보기를 하겠습니다.
김삿갓이 어느 집 앞을 지나는데, 그 집 아낙네가 설거지 구정물을 밖으로 뿌린다는 것이 그만 김삿갓의 몸으로 쏟아져 버렸습니다. 아낙네는 당연히 사과를 했어야 했건만, 삿갓의 행색이 워낙 초라해 보인지라,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그냥 돌아 섭니다. 행색은 초라해도 명색이 양반가 자손이고 자존심이 강한 김삿갓이 그냥 지나칠 리 가 없었습니다 쌍스런 욕은 못하고 점잖게 두 마디로 욕을 하는디…
“해! 해!”
무슨 뜻일까?
<해 = 年>이니, “雙年(쌍년)”일까?
이제는 본론으로 들어 갑니다.
서당은 내 조지요, 방중엔 개 좃물일세, 생도는 제미 십이고, 선생은 내 불알이네.
김삿갓은 산기슭에 있는 초가집으로 향해 걷고 있었다. 그 집에서 막걸리나 요기나 하고 떠날 요량이었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니 민가인 줄 알았던 그 집은 뜻밖에 서당이었다.
아이들의 글 읽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 방안을 들어다보니 훈장은 어디 가고 조무래기들이 질서도 없이 제각각 소리 내어 글을 읽는 중이었다.
“원 저렇게 무질서하게 글을 읽어서야 어디 머리에 들어가겠는가….”
김삿갓이 툇마루에 앉아 아무리 기다려도 훈장이 나타나지 않기에 아이들을 향해 물어보았다.
“얘들아, 선생님께서는 어디 가셨느냐?”
그러자 아이들은 일제히 글 읽기를 멈추더니 저마다 의심스런 눈초리로 김삿갓을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그뿐, 아무 대꾸도 없었다.
“아니, 이 녀석들이 어른이 물으면 냉큼 대답을 해야지.”
그래도 아이들은 모른 척 했다.
‘학생을 보면 선생을 안다고, 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은 분명 돼먹지 않은 위인일 거야.’
김삿갓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큰소리로 말했다.
“서당은 내 조지요, 방중엔 개 존물일세. 생도는 제미 십이고, 훈장은 내 불알이네.”
해괴망측한 소리를 듣자 아이들은 갑자기 숨이 끊긴 듯 조용해지며 김삿갓을 쳐다보았다. 그때 훈장이 나타났다. 그러자 아이들은 얼른 고자질을 시작했다.
“저기 거렁뱅이 같은 아저씨가 저희들에게 욕을 했어요.”
“선생님을 내 불알이라고 하고, 저희들한테는 제미 씹이라고 했어요.”
저마다 아이들이 지껄이는 소리를 듣고 난 훈장은 김삿갓에게 버럭 화를 냈다.
“아이들한테 그런 욕을 하다니 당신은 도대체 누구요?”
김삿갓은 훈장에게 정중히 인사를 하고 말했다.
“저는 지나가는 과객입니다. 날이 저물어 서당에서 하룻밤 신세를 질까 했는데 선생께서 안 계시어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더구나 하룻밤 신세를 지켰다는 사람이 그런 욕을 했다는 말이요?”
“허허 저는 욕을 한 적이 없습니다. 고정하시고 이걸 보시지요.”
김삿갓은 그 시를 적은 종이를 훈장에게 건네주었고 거기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書堂乃早知 (서당내조지)
房中皆尊物 (방중개존물)
生徒諸未十 (생도제미십)
先生來不謁 (선생내불알)
서당이 있음을 알고 일찍이 와보니
방 안에는 모두 귀한 집 자제들 일세.
생도는 열 명도 안 되는데
선생은 와서 보지도 않네.
소리로 들으면 민망할 정도로 격한 욕인데
뜻을 풀면 아주 그럴듯한 시가 되는 것이더라.
자신의 서운함을 시 한수로 털어내 버리고
홀연히 사라지는 이것 또한 옛스런 해학이 아닌가 하더라.
오늘날도 이런 류의 풍자와 해학이 있으니 이것을 '패러디'라고 합니다.
많은 젊은 한인들이 기가막힌 손기술로 원본을 패대기쳐 그 속에 하고 싶은 말을 담아 공중에 뛰우니
많은 오클랜드의 우리들도 이것을 보고 감탄하고 시원해 하는 여기에 이유가 있습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