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세상이야기 : 우리가 나이가 들면 깨달은 오클랜드의 행복도 있습니다.
가을의 보타니에는 야채와 과일들이 아름다운 색깔을 내고 있습니다. 겨울과 봄에 속을 태웠던 가든이지만,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되면 마음의 시름을 내려놓고 결실의 계절에 누리는 마음의 풍요를 즐기고 있습니다. 가을 꽃씨를 뿌리고 시간을 내어 가며 돌봐주던 난과 장미꽃들이 피기 시작해도, 한번도 마음 놓고 커피 한잔 즐길 수 없었는데, 항상 살면서도 가을 상치 씨를 뿌려놓고 들여다 보고, 언제 크는지 목빼고 기다려 보고, 향기로운 과일이 수확하는 계절이 되어서야 커져야 인사한다해도, 그 날을 기다리며 또 달콤한 노란 복숭아 묘목을 새로 심고 가꾸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우리에게 맞는 행복이 무엇인지를 가까스로 제대로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인지?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었는 것인지? 우리가 우리다운 것이 무엇인 것인지? 겉돌며 보낸 세월 동안에 우리를 잊어 버려서, 우리가 “행복으로 가는 길”(Road To Happiness : 영국의 철학자 Bertrand Russell의 저자)조차 제대로 모르고 지냈던 것 같았습니다.
오클랜드의 세상의 저울에 맞추어서 질세라 질주하던 젊은 날이 지나가고, 우리의 삶의 “오후”에 들어 왔어도 마음은 급하고 할 일은 많고 지금도 여전히 사는 것에만 매달려 있지만, 어느 순간에 우리는 하나씩 내려 놓는 법을 배웠습니다.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갈려고 하니 힘들 수 밖에 없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 잔의 커피를 마셔도 마음 편하게 즐기면서 마시면 그 자체가 행복이므로, 살아 가는 것에 필요한 공간은 넓지 않아도 되는 것을 넓은 평수의 집 하나 장만 하고자 “한 세월”을 다 보내 버렸고, 미리 걱정을 안해도 되는 미래를 위해 그렇게 마음 고생을 했었습니다.
우리는 이제 바바리 코트도, 루이뷔통 가방도, 벤츠 자동차를 누가 거저 준다고 해도 어울리지도 않고, 유지관리를 하랴 불편할 것 같아 사양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더욱이 값비싼 보석은 더욱 어울리지도 않고, 도둑이 들까 걱정이 늘 것 같아 부담스러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작은 꽃들이고, 씨 뿌리면 나서 잘 자라주는 야채들이고, 일년 내내 가든에서 땀 흘리며 썬크림도 잘 안바르는 우리의 맨 얼굴과 청바지 차림으로 어디든지 다닐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습니다.
우리가 작은 행복의 기쁨을 누릴 수 있게 되고, 그것이 우리에게 맞는 즐거움이고, 충만이고, 우리의 색깔임을 알게 되어 우리 나이가 좋아졌습니다. 가꾸고 돌보았던 것들도 예쁘고, 혼자 피고 지는 꽃들도 예쁘고, 푸른 하늘도 예쁘고, 비 오면 비가 와서 감사하고, 힘들어도 여전히 일 할 수 있는 건강이 있어서 감사하고, 자연스런 것들에 우리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이 참 좋아 보입니다.
그렇게 마음 졸이게 하던 바람과 새떼가 몰려 와서, 가든의 채소와 과일 밭을 헤집어 놓고 갔어도, 남아 있는 채소와 과일이 많구나 하고 “안도”할 수 있었던 것도, 나이가 주는 평안이고 비움이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다 비워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맞는 것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에게 없는 것과 멀리 있는 것을 탐하지 않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과 우리가 가진 것을 소중하게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이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습니다. 땀 흘려 얻은 댓가가 소중하고 값지다는 것을, 이론이 아닌 몸소 알게 되어 감사하고 살아 가는 것입니다. 누가 옆에서 돈으로 유혹해도 넘어 가지 않을 나이가 되었고, 우리 것이 아닌 것은 흔한 돌맹이보다 못한 것임도 알게 되었습니다. 미혹하지 않고, 들뜨지 않고, 그렇게 세상을 바라 볼 수 있게 되어서 얼마나 다행이었습니다.
자녀들이 하나씩 제자리를 찾아가게 되어 그 이상 감사한 일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가진 것 중에 자녀들이 가장 소중한 소망이었습니다. 자녀들이 대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의 형편에 맞는 학교를 선택한 학교이기에 가장 큰 기쁨이고 행복입니다. 교회가서 기도를 했습니다. 그 기도를 들어 주셨나 봅니다. 자녀들이 효도를 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에게 맞는 옷을 찾을 수 있게 해 준 우리의 나이가 주는 평화인 것입니다.
이제는 오클랜드의 작은 행복을 만들며 채워 갈 것입니다. 돈 쌓기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우리의 행복을 채워주는 일이라면 우리가 만들어 가는 삶의 그림에, 겸손히 함께 하며 “이기심과 교만과 소홀과 무관심이 없도록” 친구들에게 이렇게 항상 안부편지를 보냅니다. 우리 한인들의 건강한 가족들이 보내는 격려와 희망의 글들이 누군가에게도 행복과 기쁨이 되어 전해지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훗날 생각하면 이것도 모두 교훈이 되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하는 것을 가족과 친구들과 이렇게 만남을 통해서 다시 배우며 살아갈 것입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