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세상이야기 : 오클랜드 세상의 사람들 속에서 세상의 눈높이에 맞추어 가며 살아갑니다.
그 옛날 그 시절에, 대학교 캠퍼스에 앉아서 한 국문과교수가 들려 주었던 말을 평생 마음에 새기며 살아 오게 되었습니다. “화광동진(和光同塵)”은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글인데, “빛을 부드럽게 하여 세상의 티끌과 함께 살아간다”는 뜻을 말합니다.
어떤 한 친구는 세상에서 모르는 것이 없고, 안 해본 일이 없습니다. 그는 분명히 대단한 인맥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래도 허세와 허풍이 좀 심하하다고 생각되기는 하지만, 그는 아주 똑똑하고 재능이 많은 사람입니다. 그러나, 자신을 나타내려고 항상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얕보는 자세가 문제였으며, 다른 사람의 말을 존중하거나 인정하는 법이 없었습니다.
“화광동진”이란 자신의 뛰어난 덕성을 나타내지 않고 세상에 따른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지덕(智德)과 재기(才氣)를 감추고 세상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입니다. 화광(和光)은 진리 자체인 빛으로 동화했다는 말이며, 세상을 구제하기 위해 그 본체를 숨긴 채 스스로 세상 안에 섞여져 살면서 세상을 구제한다는 것입니다. 노자(老子)에서는 “자신의 지혜와 덕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인(俗人)과 어울려 지내면서 참된 자아(自我)를 보여 주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참으로 많이 아는 사람은 그 앎에 대하여 말하지 않으며, 그러나 앎에 대해서 이렇게 저렇게 말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참(眞)을 아는 사람이 아닌 것입니다. 지혜의 빛은 때에 따라 늦추기도 하며, 세상과 함께 어울리는 곳에서 세상을 진리의 길로 이끌고, 세상의 티끌과 하나가 되는 것으로, 이것을 현동(玄同, 재기를 숨기고 세상사람과 어울리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여기에서 노자의 도가사상(道家思想)에서 들려 주는 것이, 바로 화광동진(和光同塵)과 현동(玄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청나라의 “정판교(鄭板橋)”라는 사람은 난득호도(難得糊塗)를 삶의 철학으로 삼았으며,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면서 살기는 힘들다.”는 뜻을 말하는데, 그는 자신의 시(詩)인 “난득호도(難得糊塗)”에서 다음과 같이 “화광동진”의 의미를 알려 주었습니다.
총명난 호도난 (聰明難 糊塗難),
(총명해 보이기는 어렵지만, 어리석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어려우며)
유총명이전입호도갱난 (由聰明而轉入糊塗更難),
(총명한데, 바보처럼 보이기는 더욱 어려우며)
방일착퇴일보당하심안 (放一着 退一步 當下心安),
(집착을 내려놓고 한 걸음 물러나면, 하는 일마다 마음 편할 것이며)
비도후래복보야 (非圖後來福報也).
(뜻하지 않고 있게되면, 훗날에 보답이 올 것이다.)
특히, 티끌 먼지 속에 허덕이는 불쌍한 사람들에게 각자 열심히 기도만 잘하면 부자가 되어 잘 산다거나 혹은 천국에 가서 영생을 누릴 수 있다는 식의 겉으로 감각적인 선동에서 벗어나, 옛선조들의 참뜻을 절대로 더렵히거나 왜곡시키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는 세상의 참된 등불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세상의 요구에 따른 방법을 베풀어 잘 운용하여, 세상 사람들 안에 살면서 세상의 눈높이에 맞추어 가며, 다양한 모습으로 포용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세상에는 총명한 지헤의 눈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 총명함을 조절해서 세상의 눈높이에 맞추고 사는 “화광동진”의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아 보입니다. 세상의 타락한 먼지 속에서도 황금같이 빛나고 흡족한 마음의 양식을 찾아 세상에게 베푸는 일들을 해야 합니다. 항상 다른 사람들을 자신보다 낫게 여길 것과 겸손해야 할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가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먼저 다른 사람들을 대접하고, 다른 사람들을 우리 자신의 몸과 같이 사랑해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 한인들은 아는 것이 많을수록 모르는 척하며 살아야 하고, 높이 올라 갈수록 아래를 바라 보며 살아야 합니다. 우리 자신이 가진 빛을 줄여서 주변의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고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 현명한 우리의 모습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오클랜드의 세상에서 자신만을 위한 빛을 내려는 한인들에게는 욕을 먹게 되지만, 모두의 선을 위해 평화롭게 만들려고 노력하는 한인들에게는 결국 좋은 사람들로서 찬사를 받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오클랜드의 세상은, 불세출의 뛰어난 영웅이 필요한 시대가 아니라, 자신의 빛을 줄여 한인들과 함께 눈을 맞추고, 지혜롭게 화목을 추구하며 정의롭게 나아가는 한인들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런 한인들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