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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세계화를 향하여

by 한일수 posted Oct 05,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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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의 세계화를 향하여



한 일 수(경영학박사/칼럼니스트)



언어가 있으나 글자가 없는 민족에게 한글을 수출할 수 있다. 한국이 뉴질랜드에서 상품을 수입하는 만큼 한국어를 뉴질랜드 에 보급할 일이다 인류가 만든 가장 합리적인 글자인 한글의 세 계화를 지향해야 ……


언어는 인간만이 구사할 수 있는 의사 전달 도구이다. 인류가 다른 동물보다도 높은 수준의 사회생활을 영위하면서 문명을 발달시켜 온 것은 언어의 기능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한민족(韓民族)이 수천 년의 역사를 창조해오면서 고유의 말을 사용해왔지만 문자가 없어 중국의 한자(漢字)를 차용해서 써왔다. 한글이 창제 된 것은 세종대왕이 1446년 9월에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제정하여 공포한 때로부터 연유한다. 이제 565년이 흘러 오늘에 이르렀다. 한글이란 명칭은 주시경 선생에서 비롯되었다고 여겨지나 이 명칭이 일반화된 것은 1928년에 조선어학회(한글학회)에서 한글날을 정해서 사용하게 되면서부터이다. 한글이란 한(韓) 나라의 글, 큰 글, 세상에서 첫째가는 글이란 뜻이다.


한글은 1자 1음소에 충실한 음소문자(音素文字)가 가장 발달한 문자로 한글로 적을 수 있는 소리 값의 영역이 일만 여개에 이른다. 한글의 아름다움이나 우수성, 과학성 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인류가 만든 가장 훌륭한 합리적 글자라는 긍지를 우리 한민족은 가질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자에 가려 제대로 활용이 되지 못하였고 일제 식민지 치하에서는 더욱 천대받으며 버텨왔다.


집안에 있는 보물을 천대하는 사람이 밖에 나가서 환대받을 수는 없는 법이다. 한글이라는 보물을 우리가 갈고 닦지 않으면 한민족은 어디가든 문화 민족으로서 세계화 시대에 동참할 수 없는 더부살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언어는 사람의 사상과 경험, 철학을 담고 있다. 하나의 언어는 하나의 세계관이다. 전 세계 언어의 수는 6,800여 개에 달하고 있다고 유네스코(UNESCO) 조사에서 발표되었으나 문자가 없는 소수 민족의 언어는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이러한 사라져가고 있는 언어의 축적된 유산을 한글로 기록한다면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을 실천하는 길이 될 것이다. 글자가 없는 나라에서 선교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인 선교사들의 말을 들으면 희망이 솟구친다. 한글로 말글을 몇 시간 가르치면 바로 말글로 활용하는데 이는 사라져가는 그들의 민족 문화 유산을 기록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한글을 통하여 한국 문화를 보급하는 역할도 한다. 그들에게도 선진 문화를 섭취할 수 있는 도구를 마련해주는 계기가 된다. 이는 바로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목적인 “모든 백성에게 문자 이용의 혜택을 균등하게 누리도록 하라”는 정신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언어가 있으나 글자가 없는 민족에게 한글을 수출할 수가 있다.


뉴질랜드에 정착해 살고 있는 우리 한인들은 어떤가? 공용어인 영어를 익히는 일도 중요하겠지만 한글을 널리 알려 우리의 문화와 전통을 홍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또한 자라나는 2세들에게도 한글을 가르쳐 정체성(正體性, Identity)을 지켜나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마오리들에게 한글을 가르쳐 그들이 그들의 지난 천여 년의 역사를 발굴해 한글로 기록하도록 하면 어떨까? 그러나 중국의 한자에 대해서는 다른 민족 그룹들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으나 한글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아시아 국가들 중 먼저 떠올리는 국가 순위에서 한국이 중국, 일본, 인도에 뒤짐은 물론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도 순위가 밀리고 있는 사실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9월 29일 오네훙아(Onehunga) 도서관에서는 노인복지를 담당하고 있는 문정숙 씨의 주선으로 국제 노인의 날 행사의 일환인 한글서예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타민족 사람들에게 한글 붓글씨로 그 사람의 이름과 원하는 내용들을 화선지에 써주는 행사였는데 원하는 사람이 많아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태가 벌어졌다. 봉사요원 다섯 명이 숨 쉴 새도 없이 써주었다. 붓놀림으로 신기하게 펼쳐지는 글자의 크기, 기울기, 밀도, 필획의 굵기와 길이, 먹의 농도와 번짐 등 적당한 배치로 자연 만물을 상징하는 표현을 보며 관람자들은 흥미를 더해갔다. 어떤 이는 자기 식구 모두의 이름과 “Happy Birthday” 또는 “Happy Wedding” 등 문구를 부탁하기도 했다. 그런데 거의 모두가 써준 글씨가 중국 글자인가 또는 일본글자인가 물어보고 있었다. 한글에 대한 영문 소개 자료를 같이 배부하면서 한글을 설명했지만 단시간에 한글을 각인시키기는 어려운 일이었다. 지속적으로 심층적으로 침투해 나가야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른 민족 그룹의 사람들 중에도 간단한 한국말은 익혀 인사치레로 사용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제는 한국 말 뿐만이 아니라 한글도 가르쳐 기본적인 표현은 한글로 읽고 쓰도록 우리가 힘써야 할 것이다. 이는 ‘한글 사랑’의 정신을 함양하고 생활 중에 이를 실천함으로써 활성화 될 일이다. 바로 한글의 세계화를 지향하는 일이다.


뉴질랜드의 6대 해외 시장은 호주, 미국, 일본, 중국, 영국, 한국의 순이다. 해외 유학생과 관광객 규모는 한국이 단연 압도적이다. 그렇다면 비영어권 국가 중에서 한국 언어는 3대 외국어가 되어야 할 것이다. 뉴질랜드에서는 흔히 외국어를 ‘Language for international trade and tourism’으로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이 뉴질랜드로부터 상품을 수입하는 만큼 한글을 뉴질랜드에 보급할 일이다.


1990년 대 말 한때 뉴질랜드 현지 학교에서 한국어 교육이 활발해져가고 있었다. 키위 선생을 양성하고 한국에 연수를 보내고, 한인 교사들이 그들을 보좌해주고 하면서 외국어로 한국어를 채택하는 학교와 수강 학생의 수를 늘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타민족 그룹을 대상으로「한국어 말하기 대회」도 열었다. 그러나 예산 지원의 미비로 2천 년대 들어 점점 시들해지더니 현재는 중단 상태에 있다. 말로만 세계화를 떠들 것이 아니라 한국 정부와 재외 공관, 현지 한인 사회 모두가 새로운 대책을 수립할 때임을 한글날을 맞이하여 각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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