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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람에서 무덤까지,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의 사회복지

by H.J.PARK posted Sep 27,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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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을 시작하며: 요람에서 무덤까지,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의 사회복지

 

사회복지를 중심으로 본다면 아오테아로아 뉴질랜드는동서양 복지제도의 실험장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인구 44십만명이 조금 넘는 이 나라에서는 원주민인 마오리(Maori)와 유럽계 파키하(Pakeha)가 서로 어우러져 다양한 사회정책과 복지제도들을 실험적으로 발전시켜왔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뉴질랜드는 1938년에 다른 선진국에 훨씬 앞서 무상 의료, 무상 교육, 수당 및 연금을 포함한 포괄적인 복지제도를 수립한 최초의 사회복지국가가 되었습니다. 모든 사회구성원의 복리를요람에서 무덤까지보장한다는 복지국가 이념이 길고 흰 구름의 땅 뉴질랜드에서 정치적, 문화적 및 역사적 현실에 맞게 구체화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적극적복지사회의 이념은 국가 헌장인 와이탕이(Waitangi) 조약을 기반으로 하여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면서 오늘날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근의 뉴질랜드 사회복지는 사회적으로 불리한 환경에 처한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적인 삶을 추구할 수 있도록 돕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정부는 일자리가 없는 사람, 질병이나 장애를 가진 사람, 이혼 등으로 자녀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 난민이나 기타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사람 등에게 다양한 수당과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이는 장애인이든 노약자든 누구나 평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 권리를 국가가 보장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른 한편, 일방적으로 주는 복지제도의 한계에서 벗어나, 국민 스스로 복지증진에 기여하게 하는 이른바일하는 복지제도의 발전을 위해서도 많은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복지수당이나 지원금을 많이 준다고 해서 항상 좋은 복지국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는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는 이치입니다. 진정한 의미의 사회복지란 합리적인 복지 수당의 지급과 함께 개인의 필요에 맞는 사회복지서비스가 조화롭게 제공될 때 달성될 수 있습니다. 뉴질랜드에서 개개인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형태의 사회복지 서비스는 주로 사회복지사들과 그들이 소속되어 있는 민간 비영리단체에 의해서 수행되고 있습니다. 다른 서구 각국의 예에서 나타나고 있듯이 뉴질랜드도 민간화, 분권화 및 지역사회중심의 전략에 따라 다수의 보건 및 사회 서비스들이 정부 중심에서 민간 중심으로 이양되어 왔습니다. 이와 같은 환경에서 수 천개가 넘는 비영리 사회복지단체들은 정부와 일정한 서비스 계약을 맺고 고객에 맞는 서비스를 자율적으로 개발하여 제공함으로써 사회 각 분야에서 주민의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과연 뉴질랜드는 사회복지가 잘 된 나라입니까? 몇 년 전, 한인사회를 연구한 캔터베리대학교 모리스박사 등은 한국인 이민자들이 뉴질랜드 사회의 보건 및 복지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Morris, Vokes& Chang, 2007). 언어적 장벽 등으로 인해 한인 공동체 밖에서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교민들은 일상 생활 속에서 인종적 차별과 괴롭힘으로 고통받고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 혜택을 받으면 불이익이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이 나라 정부나 사회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외면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사회복지의 근본 이념에는 동서양이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동양이나 서양의 복지제도가 아닌, 인간애의 실천입니다. 물론 뉴질랜드의 서구식 복지제도는 한국과는 다른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전통 속에서 개발되고 발전되어 왔습니다. 그러한 뉴질랜드 사회복지를 이해하고 이용하는 것은 가족과 온정을 바탕으로 한, 그리고 체면과 수치를 생각하는 문화를 가진 우리 한인들에게 그리 익숙하지 않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동서양이 어우러진 글로벌 시대에, 적합한 복지제도를 발전시켜가는 것은 우리들의 엄연한 책임이요,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이용하여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것은 우리의 정당한 권리입니다.

 

이 칼럼은 앞에서 언급한 모리스 박사 등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구상되었습니다. 이제 우리 한인 사회도 소외된 소수 민족이라는 틀에서 벗어나 주류사회의 일원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때입니다. 그 첫 걸음은 곧 우리를 알고 동시에 우리를 감싸고 있는 주류 사회를 아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이 칼럼의 주된 목적은 뉴질랜드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사회복지 제도들을 우리의 정서와 문화에 맞게 해석하고 접근하는 방법을 제시하려는 것입니다. 저의 조그만한 정성이 부디 사회복지서비스를 이용하시는 분들에게는 깊은 희망을 드리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들에게는 바른 격려를 드리며, 글을 읽게되는 모든 분들에게는 유익한 정보를 드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과연 무엇입니까? 그것은 사람, 사람, 사람입니다 (He tangata, he tangata, he tangata: 마오리어).

 

(이번 글의 많은 부분은 제가 다른 곳에 제공하였던 내용들을 재구성하여 작성하였습니다. 이는 향후 전개될 칼럼의 내용을 가능한 사회복지분야로 제한하고, 이미 제공되었던 정보들을 다시 확인하여 정리하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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