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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
2011.08.18 21:13

교민 교포라는 말 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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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민 교포라는 말 대신……


한 일 수 (경영학박사/전 뉴질랜드한인사 편찬위원장)


언어는 사회 구성원들 사이에서 맺어진 일종의 계약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그리고 언어활동은 다양하고 잡다하여 여러 영역에 걸쳐있다. 언어는 늘 살아 움직이고 그래서 변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를 올바르고 발전적인 방향으로 유도하는 활동이 또한 요청되고 있다.

교민/교포라는 말은 우리에게 익숙해진 말이다. 특히 이민 생활을 하는 우리는 흔하게 이 말을 사용하고 있다. 교민(僑民)의 사전적 의미는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기나라 국민’이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그냥 교민이라고 하면 시민권자는 재외된다고 보아야한다. 교포는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자기나라 동포의 의미가 되겠다. 한자어의 교(僑)는 ‘객지에 거주할 교’이다. 따라서 해외에 나와 살고 있는 한국인/한국동포를 교민/교포라고 호칭하고 있는데 무리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한국인의 해외 이주사를 살펴볼 때 교포이라는 말이 재일교포 사회를 일컬으면서 주로 사용되기 시작했고 교(僑)자를 고향을 떠나 떠돌이 생활을 하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일제시대에 어쩔 수 없이 일본에 가서 살다가 해방 후에 돌아오지 못하고 갖은 멸시를 받으며 살아야했던 재일 한국인을 비하해서 일컫는 말이라고도 알려져 있다.

그래서 미국 한인 사회에서는 교민/교포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자는 운동을 펼친 일이 있고 실제로 이 말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 이주한 한인들은 보다 적극적인 의미에서 한민족의 생활 터전을 넓히자는 목표를 가지고 이민길을 택했다. 그리고 이민 후 갖은 고난을 무릅쓰고 노력하면서 목표를 달성해나가고 있다.

해외에 나가 살고 있는 한민족의 역사가 150년을 헤이라고 그 수가 700만을 넘으면서 실로 여러 갈래의 부류가 있고 따라서 호칭도 여러 가지임을 알 수 있다. 조선 말기에 굶주림으로부터 탈피하기위해 중국 간도지방으로 이주했던 한민족- 그들은 중국정부에서 조선족으로 불렀고 우리도 그들을 연변조선족으로 부르고 있다. 러시아 연해주로 이주했던 선조들은 1937년 스탈린에 의한 강제 이주 명령으로 중앙아시아로 옮겨졌으며 소련 정부에서 그들을 고려인으로 불렀고 우리도 그렇게 부르고 있다. 재일 동포사회는 조총련계와 민단계로 두 단체가 존재하면서 우리는 재일 교포를 조총련계와 민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기타지역 한민족은 대개 교민/교포로 호칭하고 있다. 이러한 호칭의 다양화는 해외 한민족 간에 갈등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한국정부에서는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교민/교포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고 위에 열거한 여러 갈래의 부류를 다 포용하는 의미에서 재외국민/재외동포로 호칭하고 있다.

한편 해외에 이주해 살고 있는 민족그룹의 의미에서 다이아스포라(Diaspora)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는 잘못된 표현이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코리언 다이아스포라’라고 하면 해외에 살고 있는 한민족을 일컫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원래 ‘Diaspora'라는 말은 유태인이 이스라엘을 떠나 세계 각지에 피난 생활을 하면서 국외이주, 이산한 유태인의 뜻으로 사용한 말이기에 우리가 우리 스스로를 코리안 다이아스포라라고 부르는 것은 합당치 못하다고 여겨진다. 해외동포들이 한국에서 쫓겨난 것도 아니고 자유의지에 따라 해외에 나가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뉴질랜드에 이주해와 살고 있는 우리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 하는 문제이다. 필자는 ‘교민/교포’ 대신에 ‘한인’이라는 표현을 제안하고 싶다. 한인이라는 말은 보다 더 포용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내포하고 있다. 한국인, 한민족, 한겨레를 다 포용할 수 있다. 앞으로 뉴질랜드에도 한국 외에 다른 나라 동포사회에서 이주한(북한, 중국, 러시아 등) 한인들이 많아져 그들을 포괄하여 부를 때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뉴질랜드한인회, 한인사회, 한인기관, 한인모임 등 영어로는 그냥 ‘Korean’으로 통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뉴질랜드한인, 미국한인, 프랑스한인 등으로 표현하면……

안중근 의사가 한일합방 5개월 전인 1910년 3월에 사형을 당했는데 ‘대한국인 안중근 (大韓國人 安重根)’이라고 외쳐댔다. 그 대한국인 즉 한인이라는 표현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발제: 해외 한민족 700만을 일컫는 여러 호칭이 혼란과 갈등의 요소가 되기 도 한다. 이를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교포/교민이라는 말 대신에 그냥 한인이라고 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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