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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안에서 누군가 손목을 붙잡고 추행을 했다고 외치면, 그 뒤 한두 시간 사이에 벌어지는 일이 사건 전체의 방향을 정합니다. 지하철성추행 혐의는 현장에서 붙잡혀 역무실을 거쳐 경찰 사무실로 가는 현행범 체포의 형태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당사자는 무슨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지 모른 채 첫 진술을 하게 됩니다. 이 글은 붙잡힌 순간부터 첫 조사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어떤 일이 차례로 일어나고 각 장면에서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를 정리합니다.
현행범 체포는 범행 중이거나 범행 직후인 사람을 영장 없이 붙잡을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경찰뿐 아니라 일반 시민도 할 수 있어서,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이나 주변 승객이 붙잡아 두었다가 경찰에 넘기는 것도 법이 허용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체포가 정당하려면 범행이 명백해 보이고 달아나거나 증거를 없앨 염려가 있어야 합니다.
붙잡힌 순간의 행동이 가장 중요합니다. 억울하다는 생각에 손을 뿌리치고 다음 역에서 내려 달아나면, 그 행동은 그대로 영상에 남아 달아나려 한 정황으로 쓰입니다. 뿌리치는 과정에서 상대가 넘어지거나 다치면 별도의 혐의가 더해집니다. 접촉이 없었다거나 고의가 아니었다는 말을 한 번 분명히 하고, 경찰이 올 때까지 그 자리에 머무는 것이 뒤에 스스로를 설명할 근거가 됩니다.
경찰이 도착해 체포를 진행할 때는 알려 주어야 하는 사항이 있습니다. 어떤 혐의로 체포하는지,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진술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안내를 들었는지, 언제 들었는지를 기억해 두어야 합니다. 안내 없이 이루어진 체포나 그 상태에서 받은 진술은 절차의 적법성이 문제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체포가 아니라 함께 가서 이야기하자는 동행 요구인 경우도 있습니다. 동행은 본인의 동의로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거절할 수 있고, 따라갔더라도 언제든 나올 수 있습니다. 두 가지는 권리와 시간 제한이 전혀 다르므로, 지금 체포되는 것인지 동행을 요청받는 것인지를 그 자리에서 물어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휴대폰을 보여 달라는 요구도 자주 있습니다. 추행과 함께 촬영이 의심되는 경우에 그렇습니다. 스스로 제출하는 형식의 요구에는 응할 의무가 없고, 응하더라도 확인할 범위를 사건과 관련된 부분으로 한정해 달라고 말할 수 있으며, 내용을 확인하는 자리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체포 현장에서 압수가 이루어진 경우에는 수사기관이 사후에 영장을 받아야 합니다. 어느 경우든 그 자리에서 사진이나 기록을 지우는 행동은 증거를 없애려 한 것으로 평가되어 사정을 크게 나쁘게 만듭니다.
경찰 사무실에 도착하면 대개 그날 바로 조사를 하려 합니다. 이때 변호인의 참여를 요청할 수 있고, 변호인이 올 때까지 조사를 미루어 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당황한 상태에서 혼자 조사를 받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인적 사항만 확인하고 조사는 다른 날 받겠다고 요청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조사에 응하기로 했다면 원칙은 하나입니다. 확실히 기억하는 것만 말하는 것입니다. 열차의 어느 칸에 어떤 자세로 서 있었는지, 양손에 무엇을 들고 있었는지, 상대와의 거리가 어땠는지 같은 질문에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그럴듯하게 채워 답하면, 나중에 영상이나 다른 사람의 진술과 어긋나 진술 전체가 믿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은 불리한 답이 아닙니다.
조사가 끝나면 조서를 읽을 시간이 주어집니다. 피곤하고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훑어보고 서명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 문서는 재판까지 따라갑니다. 자신이 한 말과 다르게 적힌 문장, 묻지 않은 내용이 답으로 적힌 부분, 뉘앙스가 바뀐 표현을 찾아 고쳐 달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인정할지 다툴지를 그날 정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낄 필요는 없습니다. 인정하면 금방 끝난다는 말에 기대어 하지 않은 일을 인정하면, 그 진술을 뒤집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반대로 영상에 분명히 남아 있을 사실까지 부인하는 것도 신빙성을 무너뜨립니다.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기억나는 대로 말하되, 법적으로 어떻게 평가될지에 관한 판단은 자료를 확인한 뒤로 미루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체포된 상태는 오래 이어지지 않습니다. 수사기관은 법에서 정한 시간 안에 구속 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석방해야 하고, 주거와 직업이 분명한 초범의 사건은 대부분 첫 조사를 마친 뒤 풀려납니다.
나온 뒤에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그날 안에 기억을 기록으로 고정해야 합니다. 탑승한 역과 시각, 서 있던 위치, 손과 가방의 위치, 열차가 흔들린 순간, 붙잡힌 뒤 오간 말을 적어 둡니다. 교통카드 이용 내역과 그 시각의 휴대폰 사용 기록을 저장하고, 역사와 객실의 영상이 지워지기 전에 수사기관에 확보를 요청합니다. 피해를 주장하는 사람을 직접 찾아가거나 수소문하는 행동은 오해를 사기 쉬우므로 삼가야 합니다.
지하철성추행 사건에서 첫날의 기록은 이후 모든 판단의 기준점이 됩니다. 현장을 떠나지 않았는지, 권리 안내를 받았는지, 휴대폰을 어떻게 다루었는지, 첫 조서에 무엇이 적혔는지가 뒤에 진술의 일관성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체포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면 그 점을 다투는 근거가 됩니다.
누구나 그 순간에는 당황하지만, 알고 있는 절차 앞에서는 덜 흔들립니다. 그 자리에 머물고, 확실한 것만 말하고, 서명하기 전에 읽고, 나온 날 기록을 남긴다는 네 가지를 기억해 두는 것이 억울한 결과를 막는 가장 기본적인 대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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