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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피고가 되어 법원의 소장을 받는 일이 있습니다. 보험금을 청구했는데 보험사가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소송을 걸어오거나, 사고 피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더니 상대방이 일정 금액 이상은 줄 수 없다며 먼저 법원을 찾는 경우입니다. 이것이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이고, 이 소장을 받은 사람은 권리를 주장하던 입장에서 갑자기 방어하는 입장으로 바뀝니다. 당황해서 그대로 두면 받을 수 있었던 돈까지 잃게 되므로, 피고로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차례로 살펴봅니다.
가장 먼저 할 일은 답변서를 기한 안에 내는 것입니다. 소장을 받고 법에서 정한 기간 안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원은 원고의 주장을 인정한 것으로 보고 변론 없이 판결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자신에게 권리가 없다는 판결이 확정되어, 나중에 같은 권리를 다시 주장할 수 없게 됩니다. 내용을 충분히 갖추지 못했더라도 우선 청구를 다툰다는 취지의 답변서를 내고, 구체적인 주장은 준비서면으로 보충하면 됩니다.
다음으로 소장의 청구 취지를 정확히 읽어야 합니다. 원고가 채무가 전혀 없다고 주장하는지, 일정 금액을 넘는 부분만 없다고 주장하는지에 따라 다툴 범위가 달라집니다. 어떤 사고나 계약에서 비롯된 채무를 대상으로 하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대상이 불분명하거나 자신이 주장한 적 없는 채무까지 포함되어 있다면 그 점을 지적해 범위를 분명히 하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이 소송의 큰 특징은 입증의 부담이 뒤바뀌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소송을 건 쪽이 채무자이지만, 채무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여전히 채권자인 피고가 입증해야 합니다. 보험금 분쟁이라면 보험 사고가 발생했고 약관상 지급 요건에 해당한다는 점을, 손해배상 분쟁이라면 상대방의 잘못과 손해의 발생, 그 금액을 피고가 밝혀야 합니다. 형식은 방어하는 자리이지만 실질은 자신의 권리를 증명하는 소송이라는 점을 이해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그래서 반소를 제기할지를 일찍 결정해야 합니다. 확인소송에서 원고의 청구가 기각되더라도, 그 판결만으로는 상대방에게 돈을 지급하라고 강제할 수 없습니다.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받으려면 같은 절차 안에서 반소로 이행을 청구해야 합니다. 반소를 제기하면 하나의 절차에서 채무의 존재와 금액이 함께 정해지고, 그 판결로 집행까지 할 수 있습니다. 반소에는 청구 금액에 따른 인지대가 들지만, 따로 소송을 내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이 줄어듭니다.
청구 금액을 정하는 작업이 뒤따릅니다. 손해배상 사건이라면 치료비, 일하지 못해 잃은 소득, 장래의 소득 감소분, 위자료를 항목별로 계산해야 하고, 보험금 사건이라면 약관에 따른 지급액을 산정해야 합니다. 치료가 끝나지 않았거나 후유 장해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면 금액을 확정하기 어려우므로, 일단 일부를 청구하면서 감정 결과에 따라 청구를 넓히겠다는 뜻을 밝혀 두는 방법을 씁니다. 시효가 지나지 않도록 청구 범위를 관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입증 자료는 분쟁의 유형에 맞게 갖추어야 합니다. 사고 경위를 보여 주는 사고 기록과 영상, 진단서와 의무기록, 소득을 증명하는 자료, 보험 계약의 청약서와 약관, 가입 당시의 설명 내용에 관한 자료가 기본입니다. 보험사는 가입 전에 알려야 할 사항을 알리지 않았다거나, 사고가 우연한 것이 아니라거나, 기존 질환 때문이라는 주장을 흔히 내세웁니다. 이런 주장에 대비해 가입 당시의 건강 상태와 설계사와의 대화 내용, 사고 이전의 진료 이력을 미리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신체 감정과 진료기록 감정은 이런 사건의 결론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법원이 지정한 감정의가 장해의 정도와 사고와의 관련성, 기존 질환이 기여한 정도를 판단하고, 그 결과가 금액 산정의 기준이 됩니다. 감정을 신청할 때 어떤 항목을 묻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감정 사항을 신중하게 구성해야 하고, 결과에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면 보완 감정이나 사실 조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감정에는 비용과 시간이 들므로 그 부담도 미리 계획해야 합니다.
채무부존재확인소송 피고가 흔히 겪는 어려움은 상대방이 조직과 경험을 갖춘 회사라는 점에서 옵니다. 보험사나 공제 조합은 이런 소송을 일상적으로 수행하고, 소송을 낸 뒤 낮은 금액의 합의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협상을 이끌기도 합니다. 소송이 주는 부담 때문에 서둘러 합의하면 실제 손해에 못 미치는 금액으로 권리가 정리될 수 있습니다. 합의 제안을 받았다면 자신의 손해를 항목별로 계산한 금액과 맞추어 본 뒤에 판단해야 합니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의 생활 문제도 살펴야 합니다. 치료비가 계속 들어가는데 상대방이 지급을 멈춘 경우에는 본인의 건강보험이나 다른 보험으로 우선 처리하고 그 내역을 남겨 나중에 청구할 수 있습니다. 조정 절차로 넘겨지는 경우도 많은데, 조정은 양쪽이 조금씩 양보해 빨리 끝낼 수 있는 길이지만 받아들일 의무는 없습니다. 조정안의 금액이 감정 결과와 자료에 견주어 합리적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됩니다.
소장을 받았다는 사실 자체에 위축될 필요는 없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소송을 냈다고 해서 그 주장이 옳다는 뜻이 아니고, 오히려 법원에서 권리의 범위를 분명히 정할 기회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기한 안에 답변하고, 반소로 자신의 청구를 내세우며, 자료와 감정으로 손해를 증명하는 순서를 지키면 됩니다. 절차가 낯설고 상대가 버겁게 느껴진다면 초기에 법률가와 상담해 쟁점과 일정을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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