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좋은 투자처라고 소개했을 뿐인데 어느 날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으라는 통보를 받는 분들이 있습니다. 투자사기 사건에서는 돈을 직접 가로챈 주범뿐 아니라 사람을 모아 온 모집인, 설명회를 진행한 강사, 지역 책임자 같은 중간 단계의 사람들도 함께 수사 대상이 됩니다. 본인도 돈을 넣었다가 잃은 피해자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충격이 더 큽니다. 이 글에서는 모집인의 위치에 있던 사람이 어떤 기준으로 책임을 지게 되고, 그 범위가 어떻게 정해지는지를 살펴봅니다.
모집인의 책임을 가르는 핵심은 그 사업이 실체가 없거나 약속을 지킬 수 없는 구조라는 점을 알았는지입니다. 사기의 공범이 되려면 속인다는 인식이 있어야 하므로, 사업이 진짜라고 믿고 권유한 사람은 원칙적으로 사기의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다만 확실히 알았던 경우만이 아니라,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하면서도 그대로 권유한 경우에도 인식이 있었다고 평가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사는 모집인이 무엇을 알았고 언제 알았는지를 밝히는 데 집중됩니다.
인식 여부는 본인의 말이 아니라 정황으로 판단됩니다. 수사기관이 살피는 것은 조직 안에서의 직급과 역할, 운영진과의 거리, 수익 구조에 대한 설명을 어느 수준까지 들었는지, 지급이 늦어지거나 출금이 막힌 뒤에도 권유를 계속했는지, 받은 수당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입니다. 내부 대화방에서 오간 메시지와 설명 자료, 수당 정산 내역이 주요한 자료가 됩니다. 하위 단계에서 소수의 지인에게만 권유한 사람과 여러 단계를 거느리며 설명회를 주도한 사람은 같은 모집인이라도 평가가 크게 다릅니다.
본인도 돈을 넣었다는 사정은 중요한 방어 근거가 됩니다. 사업이 허구라는 것을 알았다면 자기 돈과 가족의 돈을 넣지 않았을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실제로 본인과 가족의 납입 금액이 크고, 회수한 금액보다 잃은 금액이 많으며, 문제가 드러난 뒤 추가 권유를 멈추었다면 인식이 없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립니다. 반대로 납입액은 적은데 수당으로 받아 간 돈이 훨씬 많다면 이 주장은 약해집니다. 자신의 입출금 내역을 정확히 정산해 두는 것이 첫 번째 준비입니다.
사기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다른 법률에 따른 책임은 남을 수 있습니다. 인가나 등록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서 원금을 지켜 주겠다고 약정하며 자금을 모으는 행위는 그 자체로 금지되어 있고, 이 금지 규정은 속일 의도가 없었더라도 적용됩니다. 여러 단계로 사람을 모으고 하위 단계의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구조였다면 다단계 판매에 관한 규제 위반도 문제 됩니다. 모집인들이 사기 혐의는 벗고도 이런 규정으로 처벌받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 그 범위를 정하는 것도 중요한 쟁점입니다. 조직 전체의 피해액을 모두 떠안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가담한 기간과 관여한 범위 안의 금액으로 한정되어야 합니다. 자신이 직접 권유한 사람들의 납입액, 자신의 하위 단계에서 모인 금액, 자신이 조직에 들어오기 전이나 떠난 뒤의 금액은 각각 구분해서 따져야 합니다. 수사기관이 제시하는 피해액 산정표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항목별로 자신의 관여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수당으로 받은 돈의 처리도 문제 됩니다. 범죄로 얻은 수익은 몰수나 추징의 대상이 될 수 있고, 수사 과정에서 계좌나 재산에 대한 보전 조치가 이루어지기도 합니다. 받은 수당 가운데 다시 재투자한 금액, 하위 모집인에게 나누어 준 금액, 실제로 본인에게 남은 금액을 구분해 정리해 두면 추징 범위를 다투는 근거가 됩니다. 생활에 필요한 계좌까지 묶인 경우에는 그 해제를 구하는 절차도 검토해야 합니다.
민사 책임은 형사 책임과 별도로 움직입니다. 권유를 받아 돈을 넣은 지인들이 모집인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일이 흔하고, 형사에서 혐의가 인정되지 않았더라도 권유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하거나 위험을 알리지 않은 잘못이 인정되면 일부 배상 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때는 권유받은 사람이 스스로 판단한 부분도 함께 고려되어 책임이 제한되기도 합니다. 지인들과의 관계가 걸려 있는 만큼 초기에 성실하게 협의하는 태도가 분쟁을 줄입니다.
조사에 임하기 전에는 사업을 알게 된 경위부터 권유를 멈춘 시점까지를 시간 순서로 정리해야 합니다. 누구에게 어떤 설명을 듣고 믿게 되었는지, 운영진에게 의문을 제기한 적이 있는지, 지급 지연을 언제 알았는지, 그 뒤 어떤 행동을 했는지가 핵심입니다. 운영진의 설명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점을 보여 주는 설명 자료와 대화 기록, 본인도 독촉하고 항의한 기록이 있다면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기록을 지우는 행위는 인식이 있었다는 의심만 키웁니다.
투자사기 조직에서 중간 역할을 했던 사람에게 가장 위험한 태도는 자신은 피해자일 뿐이라는 생각으로 아무 준비 없이 조사에 나가는 것입니다. 수사기관은 받은 수당과 모집한 인원이라는 숫자를 먼저 보고, 그 숫자가 크면 설명을 요구합니다. 준비되지 않은 답변은 운영진과 가까웠다는 인상을 주거나, 알면서도 권유했다는 취지로 조서에 남기 쉽습니다. 자신이 알았던 것과 몰랐던 것의 경계를 자료와 함께 분명히 제시해야 합니다.
한편 스스로도 피해를 입었다면 피해자로서의 절차를 함께 진행할 수 있습니다. 운영진을 고소하고, 자신의 납입액에 대한 배상을 청구하며, 다른 피해자들의 회복에 협조하는 것은 그 자체로 정당한 권리 행사이면서 본인의 인식이 없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됩니다. 책임질 부분과 책임질 수 없는 부분을 정확히 나누어 대응하는 것이 중간 모집인이 취할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길입니다.
2026.10.04 08:37
투자사기 혐의를 받는 모집인의 책임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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