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시양육권을 정하는 재판에서 부모는 각자 자신이 더 나은 양육자라고 주장하지만, 법원이 반드시 함께 듣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바로 자녀 본인의 의사입니다. 자녀가 일정한 나이에 이르렀다면 법원은 양육자를 정하기 전에 자녀의 의견을 들어야 하고, 그보다 어린 자녀라도 의사를 표현할 수 있다면 그 뜻을 확인하려 합니다. 자녀의 의사가 어떻게 청취되고 그것이 결정에 어떤 무게로 반영되는지를 아는 것은 양육권을 다투는 부모에게 중요한 문제입니다.
자녀의 의사를 듣는 방식은 자녀를 법정에 세워 부모 앞에서 누구와 살고 싶은지 묻는 것이 아닙니다. 그런 방식은 자녀에게 부모 중 한 사람을 선택하게 하는 부담을 지우기 때문에 피합니다. 대신 가사조사관이 자녀를 따로 만나 면담하거나, 재판부가 부모 없이 자녀와 별도로 대화하거나, 심리 전문가의 평가를 통해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방식이 쓰입니다. 어떤 방식이든 자녀가 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입니다.
가사조사관의 면담은 가장 일반적인 방법입니다. 조사관은 자녀의 나이와 성향에 맞게 대화를 이끌면서 어느 부모와의 관계가 어떠한지, 현재 생활에서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이 좋은지, 앞으로의 생활에 대해 어떤 기대를 갖고 있는지를 파악합니다. 누구와 살고 싶으냐는 직접적인 질문보다 일상에 관한 대화를 통해 자녀의 진짜 마음을 읽어 내는 것이 목적입니다. 면담 결과는 조사 보고서에 정리되어 재판부에 전달됩니다. 면담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가정 방문이나 부모 각각과의 면담과 함께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 자녀의 말과 실제 생활 환경이 서로 맞는지도 함께 확인됩니다.
자녀의 의사가 확인되었다고 해서 그대로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그 의사가 자녀 스스로의 판단인지, 아니면 한쪽 부모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를 함께 봅니다. 자녀가 특정 부모를 원한다고 말하더라도 그것이 그 부모와 함께 지내는 동안 다른 부모에 대한 부정적인 말을 반복해서 들은 결과라면 그 의사는 무게가 줄어듭니다. 반대로 자녀가 현재 함께 살지 않는 부모를 원한다고 말한다면 그 의사는 오히려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녀의 나이에 따라 의사의 무게도 달라집니다. 어린 자녀의 의사는 그날의 기분이나 최근의 경험에 따라 쉽게 바뀔 수 있으므로 하나의 참고 자료로 다루어지고, 성장한 자녀의 의사는 자신의 생활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보아 더 큰 비중을 가집니다. 다만 나이가 많다고 해서 자녀의 뜻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법원은 자녀의 복리라는 기준 아래에서 그 의사를 다른 사정들과 함께 저울질합니다.
부모가 이 과정에서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습니다. 자녀에게 조사관 앞에서 무엇을 말해야 하는지 가르치거나, 다른 부모의 흠을 들려주며 마음을 돌리려 하거나, 면담 뒤에 무엇을 말했는지 추궁하는 것입니다. 이런 행동은 조사관의 눈에 대부분 드러나고, 드러나는 순간 그 부모는 자녀의 복리보다 재판의 유불리를 앞세우는 사람으로 평가됩니다. 자녀의 의사를 존중하는 태도 자체가 양육자로서의 적합성을 보여 주는 요소가 됩니다.
형제자매가 여럿인 경우 각 자녀의 의사가 다를 수 있습니다. 법원은 가능하면 형제자매를 함께 양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지만, 자녀들의 의사와 각자의 사정이 다르면 분리 양육을 정하기도 합니다. 이때 각 자녀의 의사는 따로 청취되고, 형제자매 사이의 관계가 분리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을지도 함께 고려됩니다. 자녀 한 명의 의사만 강조하기보다 자녀들 전체의 관계를 놓고 설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자녀의 면담에서 나온 내용은 부모가 제출하는 양육 계획과 대조됩니다. 자녀가 지금 다니는 학교와 친구를 떠나고 싶지 않다고 말했는데 한쪽 부모의 계획이 먼 곳으로의 이사를 전제로 한다면, 그 계획은 자녀의 의사와 맞지 않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반대로 자녀가 걱정하는 것들을 이미 알고 있고 그에 대한 대안을 계획에 담은 부모는 자녀의 목소리를 실제로 들어 온 사람으로 보입니다. 자녀의 의사는 단순히 누구를 택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생활을 원하느냐의 문제이고, 양육 계획은 그 답이어야 합니다.
이혼시양육권 다툼에서 자녀의 의사는 부모가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자녀가 살아온 시간 속에서 형성된 것입니다. 그 시간 동안 어느 부모가 자녀와 더 많은 일상을 나누었는지, 자녀가 어려울 때 누구에게 먼저 갔는지가 결국 자녀의 말에 담깁니다. 재판이 시작된 뒤에 자녀의 마음을 바꾸려 하기보다, 지금까지의 관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앞으로의 양육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자녀의 의사와 일치하는 결정으로 이어집니다.
자녀의 의사를 듣는 절차는 자녀를 재판의 당사자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재판이 자녀의 삶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한 장치입니다. 부모는 자녀가 이 과정에서 죄책감이나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보호할 책임이 있고, 그 책임을 다하는 모습이 법원이 보는 양육자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누가 이기느냐보다 자녀가 어떤 환경에서 자라게 되느냐를 기준으로 삼을 때, 자녀의 목소리는 부모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안내가 됩니다.
2026.10.02 10:35
이혼시양육권 결정에서 자녀 의사를 듣는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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