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에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사람은 대개 받기만 하면 되는 줄 압니다. 그러나 유증을 받게 된 사람에게는 받을지 말지를 정할 선택권이 있고, 그 선택에 따라 뒤따르는 결과가 달라집니다. 유언으로 재산을 받는다는 것이 언제나 이익만은 아니기 때문에, 승인과 포기라는 두 갈래를 알고 결정해야 합니다.
유언으로 재산을 받는 사람을 수유자라고 부릅니다. 수유자는 상속인일 수도 있고 상속인이 아닌 제삼자일 수도 있습니다. 유언의 효력은 유언자가 사망한 때 생기므로, 그 시점부터 수유자는 유언에 따라 재산을 받을 권리를 갖게 됩니다. 다만 이 권리는 자동으로 확정되는 것이 아니라 수유자가 받겠다는 뜻을 밝히거나 받지 않겠다는 뜻을 밝힐 때까지 열려 있는 상태로 남습니다.
특정한 재산을 받기로 된 경우와 재산 전체나 일정 비율을 받기로 된 경우는 성격이 다릅니다. 특정한 부동산이나 예금처럼 개별 재산을 받는 수유자는 그 재산만 받고 유언자의 빚을 떠안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반면 재산 전체나 일정 비율을 받는 수유자는 상속인과 비슷한 지위에 서게 되어, 재산뿐 아니라 그 비율에 해당하는 빚도 함께 넘겨받습니다. 어느 유형인지에 따라 포기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달라집니다.
특정 재산을 받는 수유자는 유언자 사망 후 언제든 승인하거나 포기할 수 있습니다. 포기하겠다는 뜻은 유언 집행자나 상속인에게 밝히면 되고, 특별한 형식이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속인이나 유언 집행자가 수유자에게 받을지 여부를 정하라고 요구할 수 있고, 일정한 요건에 따라 정해진 기간 안에 답하지 않으면 승인한 것으로 보는 규정이 있으므로 그런 요구를 받았다면 기한을 확인해야 합니다.
재산 전체나 일정 비율을 받는 수유자는 상속인과 같은 방식으로 승인이나 포기를 해야 합니다. 이 경우 포기는 가정법원에 신고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법에서 정한 기간 안에 해야 효력이 있습니다. 기간이 지나면 단순 승인한 것으로 보아 빚까지 떠안게 되므로, 유언자에게 채무가 있었는지를 먼저 확인하고 기간 안에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재산보다 빚이 많을 가능성이 있다면 한정승인처럼 받은 재산의 범위 안에서만 빚을 갚는 방법도 검토됩니다.
승인이나 포기는 한 번 하면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조건을 붙이거나 일부만 받겠다고 하는 것도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부동산은 받고 그에 딸린 부담은 받지 않겠다는 식의 선택은 할 수 없으며, 유언에 부담이 붙어 있다면 그 부담을 이행할 의무까지 함께 받습니다. 부담부 유언인지, 그 부담의 내용이 무엇인지를 승인 전에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수유자가 포기하면 그 재산은 어디로 가는지도 알아 두어야 합니다. 유언에 따로 정한 바가 없으면 포기된 재산은 상속인에게 돌아갑니다. 상속인 중 한 사람이 수유자였다면 포기한 뒤에도 상속인의 지위는 그대로 남으므로, 유언으로 받는 것을 포기한다고 해서 상속 자체를 포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두 지위를 구분해서 각각 결정해야 합니다.
실무에서 포기를 고려하는 상황은 몇 가지로 정리됩니다. 유언자에게 빚이 많아 받은 재산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다른 상속인과의 관계에서 유류분 다툼이 예상되어 받은 재산을 되돌려 줘야 할 가능성이 큰 경우, 부동산처럼 세금과 관리 부담이 큰 재산이라 실익이 없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반대로 특정 재산만 받고 빚과 무관하다면 포기할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승인이나 포기를 결정하기 전에 유언의 효력 자체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유언장이 법이 정한 방식을 갖추지 못했다면 효력이 없고, 그 경우 수유자는 애초에 받을 권리가 없습니다. 자필 유언이라면 전문과 날짜, 주소, 성명이 직접 쓰여 있고 도장이 찍혀 있는지를 보고, 공정증서 유언이라면 증인과 공증 절차가 갖추어졌는지를 봅니다. 상속인이 유언의 효력을 다투는 경우 수유자가 받을지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그 다툼의 결과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습니다.
재산을 받는 절차도 알아 두어야 합니다. 부동산이라면 등기 이전이 필요하고, 예금이라면 금융기관에 유언과 사망 사실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유언 집행자가 지정되어 있으면 그 사람을 통해 진행하고, 없으면 상속인의 협조를 받아야 하므로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면 절차가 길어질 수 있습니다.
결정을 위해서는 유언장의 내용, 유언자의 재산과 채무 목록, 다른 상속인의 존재와 그들의 몫, 받게 될 재산에 붙은 부담을 정리해야 합니다. 유증 받은 사람이 승인과 포기 사이에서 선택할 때 이 네 가지가 판단의 재료이며, 어느 하나라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서두르면 되돌릴 수 없는 결과가 남습니다.
기한이 있는 선택이라는 점을 잊지 말고, 유언자의 사망 사실과 유언의 내용을 알게 된 시점부터 시간을 계산해 두어야 합니다. 받을 재산의 종류, 유언의 효력, 빚의 존재, 다른 상속인과의 관계라는 네 가지를 순서대로 확인한 뒤 결정하는 것이 뒤탈을 막는 방법입니다. 결정 전에 유언자의 재산 조회를 신청해 빚의 규모를 파악하는 절차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상속인 중 일부가 유언 내용에 반발해 재산을 임의로 처분하려는 조짐이 있다면 처분을 막�� 위한 가처분을 먼저 검토해야 하고, 이때는 승인 여부의 결정과 별도로 신속하게 움직여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