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강제추행 항거불능 상태의 인정 기준

by 박현동 posted Oct 0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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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강제추행 사건은 일반적인 추행 사건과 다투어지는 지점이 다르다. 폭행이나 협박이 있었는지가 아니라, 상대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는지와 그 상태를 이용했는지가 핵심이 된다. 술자리 뒤에 벌어진 일이 대부분이라 당사자 양쪽의 기억이 모두 불완전하고, 그래서 그날 상대가 어떤 상태였는지를 객관적으로 보여 주는 자료가 결론을 좌우한다.
법이 말하는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은 의식을 완전히 잃은 상태만을 뜻하지 않는다. 술에 취해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거나 자기 뜻대로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도 포함될 수 있다. 다만 술을 마셨다는 사실만으로 그 상태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어서, 당시 상대가 어느 정도로 판단력과 대응 능력을 잃었는지를 구체적인 정황으로 판단하게 된다.
가장 먼저 살펴지는 것은 상대의 행동 기록이다. 그 시간 무렵에 걸을 수 있었는지, 대화가 가능했는지, 스스로 이동했는지, 휴대전화를 조작했는지가 확인된다. 함께 있던 사람들의 진술, 가게와 건물의 영상 기록, 메시지 발신 시각과 내용이 상대의 상태를 시간 순서로 보여 준다. 스스로 걸어서 이동하고 대화를 나누었다는 기록이 있으면 항거불능 인정이 흔들리고, 부축 없이 움직이지 못했다는 기록이 있으면 인정 쪽으로 기운다.
기억이 없다는 진술은 그 자체로 항거불능의 증거가 되지는 않는다. 술을 마신 뒤 기억이 끊기는 현상은 당시의 인식 능력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억은 없지만 그 시간에는 정상적으로 행동했던 경우도 있고, 반대로 기억은 있지만 몸을 움직일 수 없었던 경우도 있다. 그래서 진술 외에 그 시간대의 행동을 보여 주는 객관적인 자료가 반드시 함께 검토된다.
상대의 상태를 행위자가 인식했는지도 별도의 쟁점이다. 상대가 저항할 수 없는 상태임을 알고 그것을 이용했는지가 문제 되므로, 행위자가 당시 상대를 어떻게 인식했는지가 조사된다. 상대가 의사 표현을 했다고 믿을 만한 사정이 있었는지, 그 믿음이 합리적이었는지가 따져진다. 다만 행위자 역시 술에 취해 있었다는 사정은 인식을 부정하는 근거로 쓰이기 어렵다.
동의가 있었다는 주장은 이 사건에서 가장 신중하게 다루어야 한다. 상대가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인정되면 그 상태에서의 동의는 유효한 동의로 평가되지 않는다. 그래서 동의 주장은 상대가 그 정도의 상태가 아니었다는 점을 먼저 보여 줄 때 의미를 가진다. 순서를 거꾸로 세워 동의만 강조하면 오히려 상대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는 방향으로 읽힐 수 있다.
사건 전후의 연락 내용도 중요한 자료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이 어떤 메시지를 주고받았는지, 상대가 사건을 어떻게 표현했는지, 행위자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가 당시 상황에 대한 양쪽의 인식을 드러낸다. 다만 사건 뒤의 사죄 표현이 곧바로 혐의 인정으로 읽히는 것은 아니고, 반대로 아무 일 없었다는 듯한 연락이 무죄를 뜻하는 것도 아니다. 맥락 전체가 함께 해석된다.
초기 조사에서 진술은 특히 신중해야 한다. 기억이 불완전한 상태에서 추측을 사실처럼 말하면 나중에 영상이나 기록과 어긋나 신뢰를 잃는다. 기억나는 부분과 기억나지 않는 부분을 분명히 구분해 말하고, 확인되지 않은 것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 낫다. 진술의 일관성은 이 사건에서 어느 자료보다 무겁게 평가된다.
의료 기록도 상대의 상태를 판단하는 자료로 쓰인다. 사건 뒤 병원에 갔다면 진료 기록에 당시 상태에 관한 기재가 남아 있을 수 있고, 응급실 이송이 있었다면 의식 수준에 대한 평가가 기록된다. 이런 기록은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객관적 자료여서 진술보다 무겁게 다루어진다. 반대로 사건 직후 아무 진료 기록이 없다는 사실이 상태를 부정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으므로, 기록의 존재와 부존재를 모두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함께 있던 사람들의 진술은 양쪽 모두에게 중요한 자료다. 술자리에 함께 있던 사람들이 상대의 상태를 어떻게 보았는지, 두 사람이 자리를 떠날 때의 모습이 어땠는지가 항거불능 판단의 직접 자료가 된다. 다만 이들은 대개 어느 한쪽과 가까운 사이여서 진술의 방향이 미리 정해져 있다고 의심받기 쉽다. 그래서 진술 내용이 영상이나 메시지 기록과 얼마나 맞아떨어지는지가 신빙성을 가르며, 기록과 어긋나는 진술은 오히려 그 진술을 제출한 쪽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당사자 사이의 이전 관계도 판단에 영향을 준다. 처음 만난 사이인지, 오래 알고 지낸 사이인지, 이전에 친밀한 관계가 있었는지에 따라 그날의 행동이 해석되는 맥락이 달라진다. 다만 이전에 가까운 관계였다는 사실이 그날의 상태에서 동의가 있었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관계의 맥락은 인식의 합리성을 설명하는 자료로 쓰일 수 있을 뿐이며, 상태 자체의 판단을 대신하지는 못한다.
준강제추행 혐의를 받게 되면 사건 당일의 시간표를 객관적인 자료로 복원하는 일이 가장 실질적인 준비다. 어느 장소에 몇 시에 있었고, 누구와 함께였으며, 상대가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영상과 결제 기록, 메시지 발신 시각으로 맞추어 두어야 한다. 이 시간표가 상대의 상태와 행위자의 인식을 판단하는 뼈대가 되고, 진술은 그 뼈대 위에서 검토된다.
결국 이 사건의 결론은 그날 상대가 어떤 상태였느냐를 무엇으로 증명하느냐에 달려 있다. 양쪽의 기억이 모두 흐릿한 상황에서 기록만이 그 시간을 그대로 보여 준다. 자료를 서둘러 확보하고 진술을 기록에 맞추어 정리하는 것이, 감정적으로 부인하거나 서둘러 인정하는 것보다 결과에 훨씬 큰 차이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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