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상횡령죄는 회사 자금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마주칠 수 있는 혐의다. 큰돈을 빼돌린 사건만 있는 것이 아니라, 관행처럼 이어져 온 자금 운용이 어느 날 문제로 떠오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 이 혐의가 성립하려면 먼저 그 사람이 업무로 다른 사람의 재물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어야 하고, 그 재물을 맡겨진 용도 밖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한다. 두 요소는 따로 살펴야 한다.
보관자의 지위는 형식적인 직함이 아니라 실질로 판단된다. 대표나 회계 담당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거래처로부터 받은 돈을 회사에 전달하는 영업 직원, 행사 경비를 관리하는 실무자, 조합의 자금을 맡은 임원도 보관자가 될 수 있다. 반대로 자금에 접근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보관자라고 단정되지는 않는다. 그 돈을 관리하고 처분할 권한이 위탁되어 있었는지가 기준이다.
위탁의 근거가 무엇인지도 확인해야 한다. 계약서나 직무 규정에 명시된 경우가 분명하지만, 명시적인 약정 없이 관행으로 자금을 맡아 온 경우도 위탁 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다만 관행에 기댄 위탁은 그 범위가 불분명하여 어디까지가 허용된 처분이었는지 다투어지기 쉽다. 누가 어떤 근거로 자금을 맡겼는지를 먼저 정리해야 나머지 판단이 가능해진다.
용도 외 사용은 이 혐의의 핵심이다. 맡겨진 돈을 정해진 목적과 다르게 썼다면 나중에 채워 넣었더라도 횡령으로 평가될 수 있다. 회사 자금을 잠시 개인 계좌로 옮겨 급한 일에 쓰고 곧 돌려놓은 경우가 대표적이다. 돌려놓았다는 사정은 처벌의 무게에는 반영되지만 성립 자체를 막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 점을 가볍게 여겨 진술하면 불리해진다.
다만 모든 용도 변경이 횡령은 아니다. 회사를 위한 지출이었는지,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는지가 갈림길이다. 대표가 회사 자금으로 거래처 접대를 했거나 급한 운영비를 다른 항목에서 끌어다 썼다면, 회계 처리가 부적절했더라도 회사를 위한 사용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어디에 어떤 목적으로 돈이 쓰였는지를 자료로 보여 주는 일이 방어의 출발점이 된다.
가지급금이나 대여금으로 처리된 자금도 자주 문제 된다. 대표가 회사 돈을 빌린 형식으로 가져갔다면 정당한 절차를 거친 대여였는지, 실질은 인출이었는지가 따져진다. 이사회 결의나 계약서가 있고 이자와 상환 계획이 실제로 지켜졌다면 대여로 인정될 가능성이 커지지만, 형식만 갖추고 상환 의사가 없었다면 횡령으로 평가된다. 장부의 기재와 실제 자금 흐름이 어긋나는 지점이 수사의 초점이 된다.
불법영득의 의사도 함께 판단된다. 자금을 자기 것처럼 처분할 뜻이 있었는지가 문제이며, 단순히 회계 처리를 잘못했거나 절차를 어긴 것과는 구별된다. 자금 사용을 다른 임원이 알고 있었거나 사후에 승인한 사정, 회사 장부에 사용 내역을 그대로 기록한 사정은 감추려는 뜻이 없었다는 근거가 된다. 반대로 사용 내역을 숨기거나 장부를 고쳤다면 영득 의사가 강하게 추정된다.
소규모 회사나 개인 사업 형태에서는 회사 돈과 개인 돈의 경계가 흐릿한 경우가 많다. 대표가 회사 계좌를 개인 지갑처럼 쓰는 관행이 있었다면, 그것이 회사의 실질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회사가 대표 한 사람의 소유라 하더라도 법적으로는 별개의 주체이므로, 개인 돈처럼 썼다는 설명이 그대로 면책 사유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알아 두어야 한다.
회사 안의 절차가 어떻게 운영되었는지도 확인된다. 지출 결의와 승인 절차가 있었는지, 그 절차를 거쳤는지, 거치지 않았다면 왜 생략되었는지가 따져진다. 절차를 생략한 관행이 회사 전체에 있었다면 개인이 감추려 한 것이 아니라는 근거가 되지만, 특정 지출만 절차를 피해 이루어졌다면 반대의 추정이 붙는다. 다른 지출과 문제 된 지출의 처리 방식이 같았는지를 비교해 보여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피해 회복의 방식도 결과에 영향을 준다. 문제 된 자금을 회사에 돌려놓는 것은 처벌의 무게를 줄이는 가장 직접적인 사정이지만, 돌려놓는 시점과 방식에 따라 평가가 다르다. 문제가 드러나기 전에 스스로 정산한 것과 수사가 시작된 뒤 급히 채워 넣은 것은 같은 반환이 아니다. 회사와 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그 내용을 문서로 남기고, 회사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확인해 두는 것도 이후 처분에 반영된다.
다른 임직원과의 책임 분배도 살펴야 한다. 자금 집행에 여러 사람이 관여했다면 누가 결정했고 누가 실행했으며 누가 알고 있었는지에 따라 각자의 책임이 달라진다. 지시를 받아 자금을 옮긴 실무자와 그 지시를 한 사람은 같은 위치에 있지 않다.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 주는 메시지나 결재 기록을 확보해 두는 것이 실무자에게는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업무상횡령죄 혐의로 조사가 시작되면 자금 흐름을 기간별로 정리하는 것이 가장 실질적인 준비다. 어떤 자금이 언제 어디로 이동했고 어떤 목적에 쓰였는지, 그 지출을 누가 알고 있었는지를 장부와 계좌 기록으로 맞추어 두어야 한다. 기억으로 설명하면 앞뒤가 어긋나기 쉽지만, 기록으로 정리하면 회사를 위한 지출과 개인적 사용이 스스로 구분되어 드러난다.
결국 이 혐의는 두 질문으로 정리된다. 그 돈을 맡은 사람이었는가, 그리고 맡겨진 용도 밖으로 썼는가. 첫 질문은 위탁 관계의 실질로, 둘째 질문은 자금 흐름과 사용 목적으로 답해야 한다. 두 질문에 자료로 답할 수 있으면 관행과 범죄가 가려지고, 잘못된 회계 처리가 그대로 형사 책임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을 여지가 생긴다.
2026.10.01 18:34
업무상횡령죄 보관자 지위와 용도 외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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