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한 것도 아닌데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다는 말을 들으면 대부분 억울해합니다. 사실적시명예훼손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하는 죄입니다. 우리 법은 허위 사실을 퍼뜨린 경우뿐 아니라 진실한 사실을 공개적으로 말해 다른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린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왜 진실을 말한 것이 죄가 되는지, 어떤 경우에 죄가 되지 않는지를 순서대로 살펴봅니다.
먼저 이 죄가 보호하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해야 합니다. 명예훼손죄가 지키려는 것은 사람에 대한 사회의 평가입니다. 어떤 사람의 과거 병력, 가족사, 전과, 사생활이 사실이라고 해서 그것을 아무 곳에나 퍼뜨리면 그 사람은 사회에서 살아가기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법은 진실인지 여부와 별개로, 공개할 이유가 없는 사실을 공개해 평가를 깎아내리는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합니다.
죄가 성립하려면 몇 가지 요소가 갖추어져야 합니다. 첫째는 공연성입니다. 불특정 다수가 알 수 있는 상태에서 말했느냐가 기준인데, 한 사람에게만 말했더라도 그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있으면 공연성이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둘째는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입니다. 단순한 의견이나 평가가 아니라 증명할 수 있는 구체적 사실을 드러냈는지를 봅니다. 셋째는 그 사실이 상대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만한 내용이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특정되어야 한다는 요건도 있습니다. 이름을 밝히지 않았더라도 주변 사람이 누구를 말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면 특정된 것으로 봅니다. 반대로 어떤 직업군이나 지역 주민 전체를 싸잡아 말한 경우에는 개별 구성원의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보기 어려워 죄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집단의 규모가 작고 구성원이 누구인지 분명하다면 구성원 각자에 대한 명예훼손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의견과 사실의 구분이 자주 문제가 됩니다. 어떤 사람을 무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평가에 가깝지만, 어떤 날 어떤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것은 사실의 적시입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두 가지가 섞여 있는 경우가 많아 표현 전체의 맥락, 앞뒤 문장, 말한 장소와 상대를 함께 보고 판단합니다. 같은 문장이라도 어디에서 누구에게 했느냐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요즘 가장 많이 문제 되는 곳은 단체 대화방과 사내 메신저입니다. 참여자가 몇 명이든 그들이 내용을 밖으로 옮길 수 있는 사이라면 공연성이 인정될 수 있고, 반대로 비밀을 지킬 관계에 있는 소수에게만 말한 경우에는 공연성이 부정되기도 합니다. 대화방의 성격, 참여자의 수와 관계, 그 뒤 실제로 내용이 퍼졌는지가 함께 검토되므로 대화 내역 전체를 삭제하지 말고 보존해 두는 것이 어느 쪽에게나 유리합니다.
진실한 사실을 말했더라도 죄가 되지 않는 길이 있습니다. 법은 그 사실이 진실이고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면 처벌하지 않는다고 정해 두었습니다. 여기서 공공의 이익은 사회 전체의 이익뿐 아니라 특정 집단이나 지역 사회 구성원의 이익도 포함하는 것으로 넓게 해석됩니다. 다만 주된 동기가 공익이어야 하고, 사적인 원한이나 비방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이 보호를 받기 어렵습니다.
공익 목적이 인정되는지는 여러 사정을 종합해 판단합니다. 공개한 사실이 공적 관심사인지, 상대가 공적인 지위에 있는 사람인지, 표현 방법이 필요한 범위를 넘지 않았는지, 공개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이 피해를 입을 상황이었는지 같은 요소입니다. 소비자가 실제 겪은 피해를 후기로 남긴 경우, 직장 내 부당한 일을 고발한 경우, 공직자의 업무를 비판한 경우는 공익성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검토되는 대표적인 유형입니다.
인터넷에 올린 글은 별도의 특별법이 적용되어 처벌이 더 무거울 수 있습니다. 온라인 게시물은 전파 범위가 넓고 삭제해도 복제본이 남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명예훼손에서는 비방할 목적이 있었는지가 추가로 문제 되는데, 공익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정이 인정되면 비방 목적은 부정되는 것이 일반적인 흐름입니다.
형사 고소와 별도로 민사 문제가 함께 따라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피해자는 게시물의 삭제나 정정을 요구하고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는데, 형사에서 공익성이 인정되어 처벌을 면하더라도 민사에서 손해배상 책임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두 절차의 기준이 다르므로 한쪽의 결과만 보고 다른 쪽을 예단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 죄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처벌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사실적시명예훼손 사건에서는 수사 초기에 상대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지가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사과와 합의를 서두르다 자신의 표현이 부당했다고 인정하는 문서를 남기면 뒤에 공익성을 주장하기 어려워지므로, 순서와 표현을 신중하게 정해야 합니다.
고소를 당한 쪽이라면 자신이 말한 내용이 사실임을 입증할 자료, 말하게 된 경위, 공개 범위와 방법을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반대로 피해를 입은 쪽이라면 게시물이나 발언의 원본을 그대로 보존하고, 누가 어디까지 보았는지를 확인해 두는 것이 우선입니다. 진실을 말한 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납득하기 어렵더라도, 법이 보는 기준은 진실 여부가 아니라 말할 필요와 방법이었다는 점을 기억해 두면 대응의 방향이 잡힙니다.
2026.10.01 08:12
사실적시명예훼손이 성립하는 이유와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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