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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과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제도가 혼인무효입니다. 이혼이 유효하게 성립한 혼인을 장래를 향해 해소하는 것이라면, 혼인무효는 그 혼인이 처음부터 없었던 것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결과의 무게가 다른 만큼 인정되는 문은 훨씬 좁습니다. 이혼전문변호사 상담에서도 혼인을 없던 일로 하고 싶다는 문의가 있지만, 실제로 혼인무효가 되는 경우는 법이 정한 특정한 사유에 한정됩니다. 어떤 경우에 무효가 되고 그 효과가 어떻게 다른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혼인무효는 혼인의 근본이 되는 요건이 갖춰지지 않았을 때 인정됩니다. 대표적인 것이 당사자 사이에 혼인하겠다는 진정한 합의가 없는 경우입니다. 서류상으로만 혼인신고가 되어 있을 뿐 실제로 부부가 될 의사가 없었던 경우, 예컨대 다른 목적을 위해 이름만 빌려 신고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혼인신고를 해 버린 경우도 합의가 없었으므로 무효의 대상이 됩니다. 이런 경우는 신고 사실 자체를 뒤늦게 알게 되는 일도 있어, 가족관계증명서를 확인하고서야 문제를 발견하기도 합니다.
가까운 친족 사이의 혼인도 무효 사유입니다. 법이 혼인을 금지하는 일정한 근친 관계에서 이뤄진 혼인은 신고가 되었더라도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이는 신분 질서의 근간에 관한 문제여서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무효가 됩니다. 이런 사유들은 혼인의 성립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라, 뒤에 살펴볼 혼인취소와는 성격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혼인무효와 혼인취소를 구분하는 것이 이 주제의 핵심입니다. 취소는 일단 유효하게 성립한 혼인을 일정한 사유로 없애는 것이고, 효력은 취소된 때부터 장래를 향해 생깁니다. 사기나 강박으로 혼인한 경우, 혼인할 수 없는 나이나 일정한 절차 요건을 어긴 경우가 취소 사유입니다. 반면 무효는 처음부터 혼인이 없었던 것으로 다뤄지므로, 두 제도는 요건도 다르고 효과도 다릅니다. 자신의 사안이 어느 쪽에 해당하는지부터 가리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효과의 차이는 특히 자녀와 재산에서 크게 드러납니다. 혼인이 무효가 되면 그 사이에 태어난 자녀의 신분에 영향이 생길 수 있어, 부모와 자녀의 관계를 별도로 정리해야 하는 문제가 따릅니다. 재산 관계도 유효한 혼인을 전제로 한 재산분할의 틀이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워, 부당이득의 반환 같은 다른 법리로 풀어야 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없던 혼인으로 되돌린다는 것은 그 위에 쌓였던 법률관계 전체를 다시 정리한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절차는 가정법원에 혼인무효의 소를 제기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협의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재판을 거쳐야 하고, 무효를 주장하는 쪽이 그 사유를 입증해야 합니다. 혼인 의사가 없었다는 점이나 신고 경위처럼 다투는 사실을 증명할 자료가 필요하므로, 주장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확정된 판결이 있어야 가족관계등록부의 정정으로 이어집니다.
제소에는 기간의 제약이 이혼취소보다 덜하다는 점도 알아 둘 만합니다. 취소는 사유를 안 때부터 일정한 기간 안에 청구해야 하는 제한이 붙는 경우가 있는 반면, 무효는 처음부터 효력이 없는 것을 확인하는 성격이라 그런 제한의 방식이 다릅니다. 다만 시간이 오래 흐르면 당시의 사정을 증명할 자료를 모으기 어려워지므로, 무효 사유가 분명하다면 미루지 않고 정리하는 것이 실제로는 유리합니다. 신고 경위를 아는 사람의 진술이나 당시의 기록은 시간이 갈수록 확보가 어려워집니다.
실무에서 조심할 점은 무효를 기대하고 왔다가 취소나 이혼으로 방향이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무효 사유의 문턱이 높아, 부부로 살아온 실체가 있는 관계는 대개 무효가 아니라 취소나 이혼의 문제로 다뤄집니다. 어느 제도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자녀와 재산의 정리 방법이 완전히 달라지므로, 성급하게 판단하기보다 이혼전문변호사와 함께 사안의 성격을 먼저 가리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아끼는 길입니다.
정리하면 혼인무효는 혼인 의사의 결여나 근친혼처럼 혼인의 근본 요건이 없을 때 처음부터 혼인이 없었던 것으로 되돌리는 제도이고, 유효한 혼인을 장래를 향해 없애는 취소나 이혼과는 요건과 효과가 다릅니다. 자녀와 재산에 미치는 결과가 크게 갈리므로, 무엇을 구할 수 있는 사안인지부터 정확히 판단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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