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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부스에 앉으면 대개 상담사가 먼저 이야기를 이끈다. 준비된 설명을 듣다 보면 시간은 금세 지나고, 부스를 나서고 나서야 정작 궁금했던 것을 못 물었다는 걸 깨닫는다. 창원웨딩박람회처럼 볼 부스가 많은 행사에서는 이 아쉬움이 반복되기 쉬운데, 해법은 간단하다. 물어볼 질문을 미리 설계해 가는 것이다.
질문을 준비하라는 말이 거창하게 들릴 필요는 없다. 상담을 업체의 소개에 끌려가는 시간이 아니라 내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으로 바꾸는 장치일 뿐이다. 같은 시간을 앉아 있어도 질문지를 든 사람과 안 든 사람의 상담은 밀도가 다르고, 무엇보다 여러 부스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할 수 있게 된다.
좋은 질문의 첫 번째 묶음은 포함 범위에 관한 것이다. 제시한 조건에서 기본으로 포함되는 것이 무엇이고 별도인 것이 무엇인지, 어디까지가 이 금액 안의 이야기인지를 항목별로 묻는다. 이 질문에 명확히 답하는 업체와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업체의 차이가 곧 신뢰의 차이로 이어진다.
두 번째 묶음은 변경과 취소에 관한 것이다. 결혼 준비는 일정이 길어 사정이 바뀌기 마련이라, 날짜를 옮길 때와 취소할 때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계약 전에 물어야 한다. 좋은 상담 분위기에서 꺼내기 어색한 질문일수록 반드시 물어야 할 질문이라는 점을 기억하면 된다.
세 번째 묶음은 담당자와 진행에 관한 것이다. 실제 서비스를 누가 담당하는지, 상담한 사람과 진행하는 사람이 같은지, 준비 과정에서 연락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를 확인한다. 계약은 회사와 하지만 경험은 사람과 하는 것이라, 이 부분의 답이 만족도를 크게 좌우한다.
네 번째 묶음은 추가 비용의 지도다. 진행하다 보면 흔히 발생하는 추가 항목이 무엇인지, 어떤 경우에 별도 비용이 붙는지를 미리 물어 목록으로 받아 둔다. 나중에 놀라지 않으려면 놀랄 거리를 먼저 물어 보는 것이 상책이다.
질문을 설계할 때는 우리 상황에 맞춘 항목을 한두 개 끼워 넣는 것이 좋다. 예식 시기가 특정 시즌이라면 그 시기의 조건을, 하객 규모나 지역에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그에 대한 답을 물으면, 일반 상담이 우리 사정에 대한 맞춤 답변으로 바뀐다.
질문의 형태도 결과를 바꾼다. 예 아니오로 끝나는 질문보다 어떻게, 어떤 경우에로 여는 질문이 더 많은 정보를 끌어낸다. 이건 되나요보다 이건 어떤 조건에서 되나요라고 물으면, 상대의 답 안에 미처 몰랐던 조건들이 함께 딸려 나온다.
같은 질문지를 모든 부스에 똑같이 쓰는 것이 비교의 핵심이다. 부스마다 다른 것을 물으면 돌아온 답도 제각각이라 나란히 놓을 수가 없다. 다섯 개의 부스에 같은 다섯 개의 질문을 던지면, 그 자체로 비교표의 뼈대가 완성된다.
답을 기록하는 방식도 미리 정해 둔다. 질문지 옆에 답을 적을 칸을 만들어 두고 상담 중에 바로 채우면, 부스를 나설 때 이미 정리가 끝나 있다. 기억에 의존해 나중에 복원하려 하면 여러 부스의 답이 뒤섞여 비교의 의미가 사라진다.
상담사의 답을 무조건 받아 적는 것과 필요한 답을 끌어내는 것은 다르다. 준비된 질문은 대화의 주도권을 소비자에게 돌려준다. 이 부스에서 꼭 확인해야 할 것을 알고 앉으면, 상담은 설득의 자리가 아니라 확인의 자리가 된다.
동행자가 있다면 질문을 나눠 맡는 것도 방법이다. 한 사람이 포함 범위와 비용을 묻는 동안 다른 사람이 담당자와 진행 방식을 확인하면, 짧은 상담 시간에 더 많은 답을 끌어낼 수 있다. 서로 다른 각도의 질문이 겹치면서 상대의 답에 담긴 빈틈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질문지는 한 번 만들어 두면 계속 쓸 수 있는 자산이다. 첫 부스에서 다듬어진 질문은 다음 부스에서 더 날카로워지고, 하루가 끝날 무렵에는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에 대한 감각이 몸에 남는다. 이 감각이 이후의 모든 상담에서 힘을 발휘한다.
창원웨딩박람회를 앞두고 준비할 것이 하나뿐이라면, 그것은 질문지다. 포함 범위, 변경과 취소, 담당자, 추가 비용의 네 묶음에 우리 사정 한두 개를 더한 목록이면 충분하다. 이 한 장이 반나절의 상담을 정보로 바꾼다.
좋은 상담은 좋은 질문에서 나온다. 무엇을 들을지는 업체가 정하지만 무엇을 물을지는 내가 정한다는 것, 그 간단한 전환이 박람회를 활용하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을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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