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의 세상이야기 : 우리 한인들은 이민생활에서 특히 조강지처와 빈천지교를 기억하며 살겠습니다. 우리 한인들이 아름다운 이곳에서 살아 가면서 옛 일을 잊어서는 안되지만, 특히 어렵고 힘들 때 함께 했던 아내들이나 남편들을 어떤 경우에도 잊어서는 안되었고, 은혜를 입었다면 보은(報恩)을 해야 했고, 이득을 보았다면 보답(報答)을 했다는 것이 우리 한인들의 도리(道理)인 것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강지처와 빈천지교”는 마음에 두고 언제나 명심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조강지처와 빈천지교”는, 중국의 (후한서) “송홍전(宋弘傳)”에 나오는 원어로써, “조강지처 불하당 (糟糠之妻 不下堂) 빈천지교 불가망 (貧賤之交 不可忘)” 인 것입니다. “조강지처(糟糠之妻)”는 “술지게미 조(糟)”자에 “쌀겨 강(糠)”자를 쓰는데, 술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때울 만큼 구차할 때 함께 고생하던 아내라는 뜻이고, “빈천지교(貧賤之交)”는 가난할 빈(貧)자와 천할 천(賤)자를 써서 가난하고 천하고 어렵게 살 때 함께 했던 친구라는 의미를 알았습니다. 중국에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때, 건원(建元) 2년 당시 감찰(監察)을 맡아 보던 대사공의 (大司空 : 어사대부, 御史大夫) 송홍(宋弘)은, 온후한 성품에 심성이 착했으며 성격은 강직한 사람이었습니다. 원래 송홍은 신분이 미천한 사람이었는데, 탁월한 식견과 위엄이 있는 풍채로서, 광무제의 신임을 얻어 마침내 “대사공 (大司空)”에 오른 입지전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광무제는 홀로 미망인이 된 누나인 호양공주(湖陽公主)가 안타까워 누구를 마음에 두고 있는지 그 의중을 떠보아, 호양공주는 당당한 풍채와 덕성을 지닌 송홍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얼마 후에 광무제는 과부인 호양공주를 병풍 뒤에 숨겨 놓고, 송홍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의중을 알고 싶어 질문을 했습니다. “흔히들 고귀해지면 천할 때의 친구를 배신하고, 부유해지면 가난할 때의 아내를 버린다고 하던데 이는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닌가?”, 그러자 송홍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폐하, 빈천지교 불가망이므로 (貧賤之交 不可忘) 가난하고 천할 때의 친구는 잊지 않아야 하고, 조강지처 불하당이니 (糟糠之妻 不下堂) 술지게미와 쌀겨로 끼니를 때울 만큼 구차할 때 함께 고생하던 아내는 버리지 않아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삶의 기본도리인 것 같습니다.” 그의 답변을 들은 광무제와 호양공주는 크게 실망 하였으나, 그 훌륭한 인격에 감동하고 광무제는 더 크게 등용하였으며, 호양공주는 그 후에도 송홍을 많이 흠모하며 존경했습니다. 물론 송홍(宋弘)이 못생긴 조강지처를 버리고 어여쁜 호양공주를 아내로 맞았다면, 잠시는 호의호식할 수 있었겠지만, 그러나 자신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았습니다. 더욱이, 광무제도 자신의 조강지처를 억지로 내쫓고, 누나의 희망만을 채워 줄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이 일화로부터 “조강지처와 빈천지교”가 알려졌고, 송홍의 인격을 귀감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조강지처”는 거친 음식을 나누어 먹고 온갖 고생을 함께 한 아내라는 뜻이었으며, 또한 빈천지교는 어렵고 힘들었을 때 사귄 친구는 잊어서는 안된다는 마음으로 가득했습니다.
우리 한인들도 나이 많은 아내의 얼굴만을 보지 않고, 마음을 보도록 권유했습니다. 훗날 검은 머리가 흰 머리가 되고 그 곱던 얼굴에 주름살이 가득했어도, 생애를 함께하며 가정을 지켜 주고 자녀들을 낳고 키웠으니 이것은 우리의 이곳의 삶들에 감명을 받았던 삶들이고 정말 장한 일들이었습니다. 또한 옛날에 전세살이를 전전하며 어려울 때 서로 돕던 친구를 죽는 날까지 잊어서는 안되며, 변함없는 마음으로 항상 함께해야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들에 진리는 옛날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었으며, 설레는 마음이 애틋한 감정은 없어도 항상 믿고 의지하고 그 자리에 있는 조강지처(糟糠之妻)를 위해 항상 고마움을 전하고 있었으며, 이곳의 이민생활에서 부부의 도리를 다하고 싶었고, 어려울 때 함께 고락을 같이했던 소중한 친구들은 자주 만나 와인 한 잔이라도 나누며 의리와 친애와 우의를 돈독히 하는 것이, 우리의 성실함과 신실함이 있는 것입니다. 늙어서도 생각하니, 세상만사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노각인생 만사비, 老覺人生 萬事非) 이곳의 삶들에서 주어진 인연들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과욕을 버리고, 이곳의 삶들에 더 충실하게 살아 갈 것입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