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나 비지니스를 사거나 팔고자 할 때 매매계약과 등기업무, 그리고 리스계약 등의 법무를 이젠 반드시 변호사에게만 의뢰할 필요가 없어졌다. 이웃나라 호주보다는 훨씬 늦었지만 뉴질랜드에서도 합리적인 가격과 친절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립 부동산 법무사, ‘컨베이언서(Conveyancer)’제도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의 '변호사법'에서 '변호사 & 컨베이언서법'으로 변경
변호사들이 철옹성같이 독점해 왔던 뉴질랜드 부동산 소유권이전 관련 법률서비스 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 닥치고 있다. 기존의 ‘변호사법’을 대체한 ‘변호사 & 컨베이언서 법 (LCA: Lawyers & Conveyancers Act 2006)’이 2008년부터 발효되면서, 이미 국내 컨베이언싱 관련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변호사들의 독점적 지위가 무너질 것을 예고한 바 있다.
‘컨베이언싱(conveyancing)’이란 “부동산의 소유권을 판매자에게서 구매자에게로 이전하는 과정”이며, 전형적인 컨베이언싱 거래는 (1) 계약과 (2) 소유권 이전등기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 현재, 뉴질랜드에서 위의 두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 자격소지자는 변호사(Solicitors)와 ‘컨베이언서(Conveyancers)’뿐이다.
이민 자문사(Immigration Adviser)와 이민 변호사의 업무가 동일하듯이, 독립 부동산 법무사(Conveyancer)와 부동산 변호사(Conveyancing Solicitor)간에 수행하는 업무내용도 동일하다. 다만, 전문분야가 컨베이언싱인 ‘변호사’냐, 컨베이언싱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자격증을 딴, 변호사아닌 ‘컨베이언서’냐 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뉴질랜드 정부는 부동산과 관련하여, 그동안 변호사가 독점했던 컨베이언싱 분야에 새로운 경쟁을 도입, 공정한 가격과 전문적인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여, 부동산 관련법과 실무과정을 수료한 독립 부동산 법무사인 컨베이언서에게 컨베이언싱에 관한 법률서비스 문호를 개방했다.
뉴질랜드의 경우, 현재의 뉴질랜드 컨베이언서 제도의 산파역할을 수행한 이는 토지측량을 담당하는 정부 부서의 공무원이었고, 오클랜드 부동산 등기소에서 10여년을 근무하기도 레스터 뎀스터씨(1948-2009).
컨베이언싱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과 경력을 갖춘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클랜드 변호사협회(ADLS)의 방해로 컨베이언싱 업무를 할 수 없게 되자, 컨베이언서가 대부분의 부동산매매 및 등기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호주로 건너가 최초의 뉴질랜드인 호주 컨베이언서가 돼 돌어왔다.
실제로 호주의 경우, 현지 변호사 사무실보다 문턱이 낮은 것으로 인식된 탓에, 부동산 관련 매매계약과 등기업무의 상당부분을 변호사가 아닌 컨베이언서를 통해 수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뉴-호 상호 라이센스자격 인정법(Trans-Tasman Mutual Recognition Act 1997)에 의해 호주의 라이센스자격을 인정하던 뉴질랜드는, 마침내 레스터를 뉴질랜드 컨베이언서로 인정할 수 밖에 없었고, 자격을 인정받은 그는 아이러니하게 변호사인 필 고프 노동당 국회의원(오클랜드 마운트 로스킬 지역구)의 도움을 받아 14년간을 골리앗같은 오클랜드 변호사 협회(ADLS)를 상대로 고군분투, 마침내 그 노력이 결실을 맺어 2006년 '변호사 & 컨베이언서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2008년부터 발효되기에 이르렀다.
레스터는 뉴질랜드 컨베이언서 협회(NZSoC)의 초대 회장으로서, 대학과정(Bay of Plenty Polytechnic)에 컨베이언싱 디플로마 과정(DipConveyancing)을 도입하고, 2009년 첫 입학생을 맞이했으나, 아쉽게도 자신의 노력의 결실을 끝내 보지 못하고 사망하자, 대학당국은 그의 선구자적을 업적을 기념하여 매년 성적 최우수자에게 레스터 기념장학금을 수여해 오고 있다.
법무사, Conveyancer와 Legal Executive의 차이
그럼, 우리가 흔히 접하는 일반 법무사(Legal Executive)와 독립 부동산 법무사인 ‘컨베이언서(Conveyancer)’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일반 법무사는 1년 풀타임 과정 (또는 2-3년 파트타임)에서 '뉴질랜드 법제도', '변호사 사무실 실무', ‘부동산법과 실무’, ‘비지니스법과 실무’, '재산법과 실무', 그리고 ‘민사소송법과 실무’등 총 6개 법과목을 수료한 후, 최종적으로 뉴질랜드 변호사협회(NZLS)가 매년 10월에 실시하는 시험에 전과목을 합격해 디플로마를 취득하고, 뉴질랜드 일반 법무사협회(NZILE)에 등록한 자로서, 변호사 사무실에 고용돼야 한다.
이처럼 변호사의 지시와 감독을 받아야만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일반 법무사와 달리, 컨베이언서(Conveyancer)는 부동산과 비지니스 관련법과 매매계약 실무, 등기실무를 배우는 2년 풀타임 과정(또는 3-4년 파트타임)을 수료한 뒤(일반 법무사과정 6과목중 4과목 인정) 2년간의 실무수습을 마쳤거나, 또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반 법무사로 10년이상 일한 경험을 가진 자로서 소정의 시험을 통과하면, 변호사처럼 독립해서 관련업무를 할 수 있어, 변호사 사무실 근무경험이 많은(10년이상) 현지의 베테랑 일반 법무사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호주는 1992년부터, 뉴질랜드는 2008년부터 법이 발효됨으로써 등장한 ‘컨베이언서’제도의 도입으로, 부동산 매매관련 법률비용이 합리적으로 조정됐다. 컨베이언서는 통상적인 주거용 부동산매매에 대해, 변호사처럼 소요시간당 비용을 부과하지 않고, 미리 정해진 고정가격을 제시하여,고객이 예상 법률비용을 미리 가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타우랑아에 위치한 뉴질랜드 국립대학인 ‘베이 오브 플랜티 폴리테크닉(BOP)’은 뉴질랜드 교육부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지정한 전문가 자격 취득을 위한 온라인/오프라인 독점 교육기관이며, 오클랜드의 학생수요에 부응하여 온라인/오프라인 클라스를 함께 운영하고 있다.
이 대학은 일반 법무사 디플로마 과정(NZLS Diploma of Legal Executive)과 함께, 뉴질랜드에서 유일하게, 독립 부동산 법무사 과정(Diploma in Conveyancing)과 이민 자문사 과정(Graduate Certificate of Immigration Adviser)을 개설하고 있는데, 일반대학의 학점통과 기준이 만점의 50%인데 반해, 온라인 전문가과정은 10% 더 높은 60%를 합격기준으로 정해 두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학생의 주거지 근처 대학과 계약을 맺어 수험생이 4-5명이더라도 시험감독을 2명 배치하는 등 학사과정을 엄격히 운영하고 있어, 온라인과정이라고 한국의 방송통신교육처럼 우습게 알면 큰 코를 다칠 수 있다.
특히, 독립 부동산 법무사과정은 전문성을 향상시킬 목적으로 2016년부터 3년 풀타임 학사(Bachelor of Conveyancing)과정으로 승격될 예정이다. 참고로, 대학에서 상법(ComLaw)을 전공하고, 일반 법무사 과정(NZLS Diploma of Legal Executive)까지 마친다면 컨베이언서로서의 전문성 확보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을 확신한다.
하병갑 회계사/법무사(Conveyancer)/오클랜드 한인회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