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테아로아의 꿈 (22)
아들리느 결혼식에 가슴을 치는 남자
음악은 우리 삶 속의 감정을 움직이게 하는 예술
이다. 아들리느를 위한 발라드에 얽힌 전설, 사랑하는
연인의 결혼 식 날 가슴을 치게 되는……
‘어느 날 왕비가 죽었다. 그리고 3일 후 왕도 죽었다.’라는 표현은 사실적인 기록이다. 그러나 ‘어느 날 왕비가 죽었다. 3일 동안 죽은 왕비를 그리워하며 애통해하던 왕이 결국 왕비를 따라 저 세상에 가고 말았다.’라고 표현하면 스토리(Story)가 가미된 감성(感性)적인 표현이 된다. 21세기는 감성사회라고 한다. 감성사회에서는 사실(Fact)보다도 느낌(Felling)을 중요시한다.
오늘 날 문학에서 다루는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이야기까지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관점에서 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용어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문화콘텐츠의 중핵 요소인 이야기를 일컫는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무궁무진한 상상력을 동원해서 인상적인 이야기를 엮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에 어떠한 사실에 이야기가 더해질 때 사람들의 마음속에 각인되어지고 생명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야기의 주제는 ‘사랑’이 되기 십상이고 이는 인류가 생존하는 동안 영원한 삶의 테마가 될 것이다. 그래서 모든 문학, 예술 작품은 사랑을 주제로 전개되고 있다.
예술 분야 중 음악을 예로 들어 살펴볼 수 있다. 음악은 우리 삶 속의 감정들을 표현하고, 전달하고, 동감하게 만드는 매개체이다. 음악에는 작사자, 작곡가, 연주자/가수(Singer)의 마음의 여정이 표현되며 이를 듣는 사람은 마음에 감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뉴질랜드 마오리 원주민에 의해 전래되고 있는 ‘포카레카레아나(Pokarekare Ana)’라는 민요는 지금도 뉴질랜드를 상징하는 노래로 애창되고 있다. 한국에는 한국전쟁 때 참전했던 뉴질랜드 병사들에 의해 전파되었으며 ‘연가(戀歌)’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로토루아에는 그 노래의 전설이 얽힌 호수가 실제로 있으므로 그 호수를 방문해서 전설을 음미하며 노래를 부르면 느낌이 훨씬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클래식 곡들을 피아노로 연습해보면서 그 작품에 얽힌 스토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연주를 하기 위해서는 작곡가의 의도를 파악해야 되고 작곡이 이루어진 배경을 이해하면 더욱 진한 감정을 맛보며 연주를 즐길 수 있다. 같은 작품이라도 연주자에 따라 느낌이 다른 것은 연주자가 얼마나 작품의 배경이나 작곡가의 의도를 의미 있게 해석했느냐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라고 판단된다. ‘타이스의 명상곡(Meditation from Thais)’은 아무래도 장영주(사라 장)의 바이올린 연주를 감상해야 제격이고 ‘아들리느를 위한 발라드(Ballade pour Adeline)’는 리차드 클라이더만(Richard Clayderman)의 피아노 연주를 들어야 제격이다.
금년 들어 ‘아들리느를 위한 발라드’ 곡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이 곡은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악보 중의 하나로 1976년 폴 드 세느비유(Paul de Senneville)가 사랑하는 딸을 위해 작곡한 것을 1977년 리차드 클라이더만이 데뷔곡으로 연주하여 유명해진 곡이다. 이 곡이 수록된 리차드 클라이더만의 데뷔 앨범은 전 세계 38개국에서 2,400만 장의 레코드가 팔리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피아노의 선율이 악기 중에서 왜 가장 아름다운 선율을 내는지 설명해주는 명곡이다.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곡이지만 그 곡에 얽힌 전설적인 이야기를 알고 나니 더욱더 강한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었다. 발라드는 자유로운 형식의 환상적이고 전설적이며 자유분방한 분위기의 기악곡 특히 피아노 독주곡을 일컫는다.
“너무나도 서로 사랑했던 아름다운 연인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남자 애인은 전쟁에 끌려가게 되었고 불행하게도 전쟁 중 한쪽 팔과 다리 하나를 잃게 되었다. 제대를 하였지만 그런 모습으로 도저히 애인 앞에 나타날 수 가 없었던 남자는 그녀 곁을 떠나 시골로 잠적하였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자신을 사랑하는 그녀에게 보여줄 수 있는 깊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녀의 슬픔은 한 없이 컸지만 세월은 흘러 추억으로 간직하고…….
남자는 그녀의 결혼식이 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고 결혼식이 열리는 교회로 찾아갔다. 자신이 한 때 사랑했던 아니 지금까지도 가슴 아프게 사랑하는 그녀의 행복한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서……. 식장에 도착해 먼발치에서 결혼식을 바라보던 남자는 가슴을 치며 주저앉게 되는데…….
그녀의 곁에는 두 팔도 두 다리도 없는 남자가 휠체어(Wheel chair)에 앉아 있었다. 그때서야 남자는 자신이 얼마나 그녀를 아프게 했던가를, 그녀가 자신을 얼마나 사랑했던 가를……. 그녀는 건강하고 온전한 몸 만을 사랑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를 위해 눈물 속에 작곡을 하는데 ‘아들리느를 위한 발라드’…….”
서로를 너무나 사랑했지만 너무 사랑했기에…… 멀리서 그 사람을 지켜봐야만 하는 그런 애절한 사랑…… 세상을 살면서 상처를 받을지 안 받을지 선택할 수는 없지만 누구로부터 상처를 받을지 고를 수만 있다면…….
한 일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