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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신토불이

by 한일수 posted Feb 13,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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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테아로아의 꿈 (16)

뉴질랜드 신토불이

푸드 마일리지를 줄여야 가족이 살고 사회가 건전해지고

지구가 살아난다. 뉴질랜드는 식품 자급이 가능하다.

우리 모두가 도시 농부가 되어……

우리는 이민 첫해에 두 계절을 잃어버리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계절이 한국과는 반대로 돌아가는 뉴질랜드이다 보니 한국에서 여름에 이곳에 오면 바로 겨울이 되었고 크리스마스 때 오면 이곳은 한창 더운 여름철 이었다. 한반도에서 태어나 한국의 기후와 풍토에서 수십 년을 살다가 남반구의 끝자락인 뉴질랜드에 와서 계절을 건너뛰고 태양의 진행 방향도 반대이며 자동차의 진행 방향, 운전석의 위치도 반대인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고 상당 기간 동안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 살 때부터 익숙히 들어 왔던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우루과이 라운드 타결로 농산물 시장이 개방되게 됨에 따라 우리 농산물을 애용하자는 취지에서 한국 농협중앙회가 1989년 신토불이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운동을 전개한 것이다. 가수 배일호가 1990년대 초에 불러 히트한 ‘신토불이’ 노래는 대박을 터트렸다. 신토불이의 사전적 의미는 ‘몸과 땅은 둘이 아니고 하나라는 뜻으로, 자기가 사는 땅에서 산출된 농산물이라야 체질에 잘 맞음을 이르는 말이다’. 조선조 의학서적인 ‘향약집성방’에도 ‘기후풍토와 생활풍습은 같다’라는 말이 나온다. 또한 ‘동의보감’에서도 ‘사람의 살은 땅의 흙과 같다’라고 했다.

인간이 생명활동을 이어 나가는 기본적인 요소가 의식주(衣食住) 임은 익히 알고 있는 바이며 이 중에서도 식생활이 가장 중요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모든 종교에서는 풍토와 기후 조건과 자기역사에 기초한 섭생법(攝生法)을 엄격히 지켜오고 있다. 어떤 음식을 언제 어떻게 먹느냐는 우리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육체의 생태를 결정하는 기본 요소가 되는 것이다. 의학의 성인이라고 불리는 히포크라테스(Hipokrates)는 2400년 전에 이미 ‘음식으로 고치지 못하는 병은 어떤 의술로도 고칠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전통적인 식생활은 고장에서 농사지은 곡식으로 밥을 짓고 텃밭에서 가꾼 채소를 부식으로 먹었으며 김치, 간장, 된장, 고추장, 청국장 등 발효 식품을 즐겨 먹었다. 한국인은 장이 길어 허리가 길고 다리가 짧은 반면 육식을 즐기는 서양인은 장이 짧아 허리가 짧고 다리가 긴 것도 식생활과 관련된 것이다. 전통적인 식생활로 형성된 한국인의 체질이 근래에 이르러 육식, 가공음식 위주의 식생활로 변함에 따라 장이 긴 우리의 신체구조에 고기 섭취가 늘어나자 각종 질병이 늘어나고 있다. 지방 및 단백질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소가 염분 및 생수, 섬유소 등의 부족으로 배설이 원할 하지 못하니 독가스가 발생되어 암, 고혈압 등 각종 성인 질환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선진화된 시기에 태어나 자라나는 어린이들이 가공 식품에 입맛이 젖어 있고 채소 같은 것을 입에 대지 않는 현실이 심히 우려스럽다. 자연건강법의 세계적인 권위자인 일본의 니시 박사가 10여 만 권의 책을 읽어가는 중에 우리의 전통적인 생활 방식과 문화에 관한 책을 7만 여권 독파하고 내린 결론을 우리는 주시할 필요가 있다. ‘세상에서 가장 이상적인 식단은 한국의 조선시대 일반 서민들의 식생활 이었다’. 그런대 육류와 곡식은 물론 채소와 과일까지 수입 식품으로 대체되는 한국의 식탁이 걱정이다.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는 적을수록 좋다. 1994년에 영국의 환경운동가 팀 랭(Tim Lang)이 처음 사용한 푸드 마일리지는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식품을 소비하는 것이 식품의 안전성도 높으면서 수송에 따른 환경오염을 줄인다는 개념을 설명하는 지표이다. 식품을 운송하는 과정에서 마일리지가 길수록 신선도 유지를 위한 방부제와 화학첨가물이 많이 사용되고 운송 에너지 낭비로 탄소 배출량이 늘어 지구 온난화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국이 공업화로 경제적인 발전은 이룩했지만 1인당 음식료품 수입량은 세계 최고이며 푸드 마일리지가 프랑스의 10배 수준으로 나타나 경각심을 일으키고 있다.

푸드 마일리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자기 고장에서 생산된 식재료를 애용하는 로컬 푸드(Local food) 운동을 실천하는 길이 우선이다. 바로 신토불이의 정신을 상기할 일이다. 그럼으로써 지구를 살리고 사회를 건전하게 이끌어 가고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다. 식품의 보관, 포장, 운송, 하역의 과정에서 트럭과 기차, 비행기, 선박 등 운송 수단이 동원되고 여기에서 유발하는 비용과 화석 연료 사용으로 인한 환경오염이 엄청나게 증가한다.

뉴질랜드에 사는 우리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뉴질랜더들은 신토불이 정신이 강하다고 조사되어 있다. 사실 뉴질랜드는 자체적으로 신선한 수산물, 축산물, 과일, 채소 등이 공급 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입산 과일, 채소, 가공식품들이 슈퍼에 진열되고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기도 했다. 대부분이 북반구로부터인 수입식품이 남반구 끝자락인 뉴질랜드까지 수송되어 오는데 얼마나 많은 푸드 마일리지가 소모되었는지 생각하면 끔찍하다.

우리 모두 도시농부가 되자. 도시 주택에서도 채소, 과일 등을 재배해서 자급할 수 있는 뉴질랜드 환경이다. 생산적인 취미 활동도 되고 순수한 유기농 재배로 가족의 건강도 도모할 수 있으며 식생활비도 줄일 수 있고 지구 환경을 지키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는 일석사조(一石四鳥)의 성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한 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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