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핑계로 모든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신앙심이 어느 단계를 넘어 가려면, 자아를 버리고 모든 것을 내려 놓아야 합니다. 그 뜻은 이해하지만 실제로 그렇게 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요즘 나는 자주 하나님을 핑계로 대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우리의 가족들이 언제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느냐고 물어보면, 선뜻 하나님께서 좋은 집을 주셔야 살 수 있는 것이니 열심히 기도하자고 대답을 했었습니다. 아내가 매월 많은 청구서를 불만으로 푸념할 때면, 하나님께서 재물을 주셔야 그렇게 될 것이니 더욱 열심히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고 했었습니다.
사실 젊었을 때는 가족의 푸념을 들으면, 창피하고 분한 마음으로 아직 왜 좋은 집도 살 수 없고 이렇게 가진 것도 없을까 하고 자책도 해보고, 괴로워 하기도 하며 잠을 못 이루기도 했었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들이 모두 사라지고 하나님을 핑계로 대기 시작했었습니다.
성경의 말씀대로, “출애굽기” 후에 그 많은 이스라엘 백성을 아무 것도 없는 사막 같은 광야에서 40년 간 먹이시고, 입혀 주시고, 잠자게 해주신 하나님이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구하면 주신다고 약속하셨고, 중년을 넘긴 지금에는 그 말씀이 더욱 마음에 가깝게 새겨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내 입에 떨어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하고, 약간의 빚을 정리했고 열심히 계획을 세워 노력했던 것이었습니다. 그 때가 빨리 안온다고 중간의 과정에 뜻대로 되지 않아 안달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렇게 잘되고 안되고는 하나님의 탓으로 돌리니 마음이 편했습니다. 나의 못난 능력이나, 나의 불운이나, 나의 학력이나, 나의 출신 배경이나, 나의 실수나 잘못된 결정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아직 때가 안되었다고 생각하시는가 보다라고 마음을 비우니, 스스로 자책하고 채찍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구약 성경의 “욥기”에서 “욥”이 사탄의 시험으로 모든 재산과 가족까지 모두 잃게 되고, 지독한 종기까지 생겨 매우 고통을 당할 때도, “주시는 분도 하나님이시고, 가져 가시는 분도 하나님이시다.”라고 외치고 끝까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놓지 않는 그 장면은 망설이는 나의 믿음에 항상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주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니, 내가 지금 많은 것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도 나의 탓이 아닌 것입니다. 힘들어 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이제 가족도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말한다면 반론은 없었습니다. 그 때는 나의 뜻을 잘 이해했고, 언제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길 것이라는 답변에 고마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매일 청구서와 씨름했었고, 살아감에 힘들어 하는 모습을 오래 두고 보시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강건하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든 것에 간섭하여 모든 것을 만족하게 해주셨던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2013년에도 모든 일을 하나님을 핑계로 삼고, 더 내려 놓고, 더 비우고, 더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 그 때를 기다리며 더 기도하고, 큰 소망을 갖고, 하나님께서 곧 이루어 주실 것을 미리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 갈 수 있는 자신이 더 생겼던 것이었습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