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을 떠나서는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을 알게 하소서.
잘 드는 칼도 오래 두면 녹이 슬어 날이 무디어집니다. 날카로운 도끼도 오래 두면 녹이 슬어 날이 무디어집니다. 첫사랑의 그리움도 오래 두면 저절로 녹이 습니다. 고민과 고통도 오래 두면 녹이 슬어 저절로 무디어집니다.
죄는 사람을 무디어지게 만드는 속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연애할 때 이성의 손을 처음 잡을 땐 짜릿하고, 스릴 있고,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황홀하고, 화끈거립니다. 그런데 다음에 손을 잡을 땐 그 강도가 점점 둔화됩니다. 그리고 횟수가 증가할수록 그저 그렇게 됩니다. 그래서 20∼30년을 같이 살면 밋밋해지고 덤덤해지고 무감각해져서 잡으나 마나합니다.
죄가 꼭 그렇습니다. 처음엔 겁이 나고,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이 안 오고,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나 반복되면 덤덤하고 감각이 없어집니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집어넣으면 뛰쳐나옵니다. 예민한 감각 때문입니다. 그런데 개구리를 찬물에 집어넣고 불을 서서히 지피면 뛰쳐나오지 않습니다. 무감각해지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칼 갈아 가위도 갈아’ 라고 하면서 외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칼이나 가위가 무디어지면 아무 짝에도 쓸 데가 없습니다. 무디어진 칼을 무리하게 사용하면 손을 벨 수 있고 무디어진 가위로 종이를 자르려고 하면 종이가 바르게 잘리지 않고 종이만 씹히게 되는 것입니다. 성경에서도 분명히 말씀하고 있습니다.
“도끼가 무디고 날이 날카롭지 못하면 힘이 더 들게 마련이다. 그러나 지혜는 일의 능률을 올려 준다.” <전도서 10장 10절>
이방인으로 살던 그리스도인이 처음 예수를 믿게 되면 자기 소유 모두를 금방이라도 다 받칠 것처럼 결연한 의지를 보입니다. 그리고 주일성수, 십일조, 새벽기도에도 아주 열심을 냅니다. 이런 신앙생활을 하는 가운데 예배에 단 한번만 빠져도 하나님 앞에 큰 죄를 짓는 것 같아서 몸 둘 바를 모릅니다.
처음에는 이렇게 모두가 두렵고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하나님 앞에 나옵니다. 하나님께서 무슨 말씀을 하시더라도 순종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육신의 소욕으로 인하여 믿음이 점점 무디어지면, 예배에 빠져도 별로 두렵고 떨리는 마음도 들지 않고 점점 양심이 무디어 지는 것이다.
그런 상태로 신앙생활이 오래 지속되다 보면, 그때부터는 하나님이 계시는지 안 계시는지 조차 감각이 무디어 지기 시작합니다. 온갖 세상에서 더럽고 추한 짓을 하다가 하나님 앞에 오더라도 두렵고 떨림도 없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하나님 말씀을 잘들을 리가 만무합니다. 그러다보면 그런 사람들은 그때부터 형식적인 신앙인으로 변하게 되고 맙니다.
사람은 누구든지 사물을 착각하는 본성이 있습니다. 집을 떠나 1년 정도 외지에 있다 오면 주변이 많이 달라진 것을 느끼지만 그 속에서 늘 생활한 사람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그렇게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눈이 변화를 읽어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후각 역시 오랫동안 같은 장소에 있으면 그 환경의 냄새에 익숙해져서 아무런 느낌도 느끼지 못합니다.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 처음 오면 김치 냄새 때문에 힘들어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집니다. 사람의 감각은 이렇듯 쉽게 환경에 적응해서 익숙해져 버리기 쉽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믿음이 무디어 지지 않으려면 평소에 꾸준히 믿음의 건강을 유지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마치 운동선수가 중요한 큰 게임이 아직 멀었을지라도 자신의 몸의 상태를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과 같습니다. 아무리 탁월한 재능을 가졌어도 몸 관리가 부실하여 근육과 신경이 무디어지면 반드시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이게 됩니다.
결코 우리의 믿음은 가만 두어도 저절로 유지되고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다가 하나님의 영원한 팔에 안기는 그날까지 믿음이 자라고 유지되기 위해서는 영양분이 필요합니다.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 관리되어야 합니다.
예수님은 포도나무요, 우리 그리스도인은 가지라고 하셨습니다. 믿음이 유지 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베푸시는 지속적인 돌보심과 공급하시는 은혜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의 믿음의 유지와 성장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나는 포도나무요 너희는 가지다. 그가 내 안에 있고 내가 그 안에 있으면 그 사람은 많은 열매를 맺는다. 나를 떠나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요한복음 15장 5절>
교회생활을 무미건조하게 지속하면 믿음은 반드시 시들어집니다. 그런 사람은 예배에 늘 지각합니다. 기도하지 않습니다. 기도할 줄도 모릅니다. 성경을 읽지 않습니다. 성경을 읽으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신앙성장을 위한 교회 프로그램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그러한 그리스도인들은 준비 없이 대제사장의 관정까지 따라가서 도리어 큰 시험에 빠져 예수 그리스도를 부인하고 저주했던 베드로처럼 사탄의 장난감이 되기 쉽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기쁨, 사모하는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의무감만으로 합니다. 부부간에 의무감 때문에 산다고 생각해보라.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나의 삶 가운데 그리고 우리 공동체 가운데 영적으로 무디어지고,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이 있는지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있다면 나 먼저 스스로 그것들을 보수하는데 힘써야 합니다. 이제 무디어져 있던 우리의 영적인 감각을 다시 한 번 깨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는 매일 매일 하나님 앞에서 나를 깨우고 눈물로 기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라기는 그리스도인들이 하나님 앞에서 눈물의 기도가 회복되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가운데 하나님 앞에서 흘리는 눈물이 회복되어 진다면 우리의 매일 매일의 삶도, 우리의 공동체도 새로워질 것입니다.
수채화아티스트/기도에세이스트/칼럼니스트 제임스로부터.